영화제작사가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갖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방송국도 드라마 시사회를 연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시사회장은 평범한 회의실이었다. 자리마다 마이크가 달린 책상위에는 1,2회 내용을 요약한 자료와 사진이 놓여있었다.
연출자와 작가 등 스탭, 탤런트 류시원과 하지원, 홍보실 직원, 각 신문사의 기자까지 30명쯤 자리를 잡았다. 또다른 주인공인 김하늘과 김민종은 촬영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출자가 “같은 시간에 SBS에서 ‘줄리엣의 남자’ 시사회가 있는데 MBC로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새 미니시리즈 ‘줄리엣의 남자’는 ‘비밀’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서 맞붙게 된다고 했다. 연출자와 류시원 모두 “‘줄리엣의 남자’를 누를 자신있다”고 말했다.
불이 꺼지고 스크린으로 1부가 상영됐다. 착하기만 한 희정(김하늘)과 허영기가 있는 동생 지은(하지원) 자매가 ‘멋진 날라리’ 준호(류시원)을 둘러싼 삼각관계, 성공한 디자이너인 해영(이휘향)과 가난한 희정의 아버지(박근형)의 옛관계에 대한 암시가 1부의 주요 내용이었다.
시사회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한 기자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이복자매가 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설정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갈등과 다소 작위적인 장치는 어쩔 수 없다는 연출자와 작가의 답변이 이어졌다.
첫 편에서는 극의 흐름과 전개가 느리고 강렬하게 잡아끄는 ‘무엇’이 없어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다만 출생의 비밀을 초반에 밝혀지는데 이후 극의 긴장도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궁금했다.
‘순정파 귀공자’ 이미지의 류시원은 6개월만에 출연한 이 드라마에서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첫 편만 봤을 때는 준호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악역인 하지원은 영화 ‘진실게임’에서와 이미지가 비슷했고 김하늘도 평소의 ‘천사표’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갔다. 다음주 시작할 ‘비밀’이 기다려진다.
이정원(이화여대 컴퓨터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