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1 시청자칼럼, '5분' 이 바꿔놓은 우리들 세상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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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동안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KBS1의 ‘시청자칼럼―우리 사는 세상’은 5분동안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6시55분 부터 5분간 방영되는 ‘시청자…’는 시민들이 직접 출연해 생활의 불편과 불합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소개하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적은 제작비로 10% 안팎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효자 프로그램’이면서도 화려한 다른 프로그램에 가려져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8월 4일 500회를 넘겼지만 특집은 커녕 변변한 자축 행사도 없이 지나갔다.

98년 6월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500여명이 넘는 평범한 시민이 번거로움을 마다않고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섰다. 이같은 시민 덕분에 지리산 국립공원의 중복 입장료 징수 관행이 사라졌고 혼자서도 등기를 할 수 있도록 등기소에는 친절한 안내문도 생겨났다.

매일 들어오는 제보는 30여건에 달하지만 쓸만한 제보는 한두건에 불과하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정보화 사회를 반영하듯 pc통신이나 아이디 도용, 휴대전화와 관련된 제보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출연하는 시민의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제작진은 △제보가 개인적인 민원성이나 분풀이성은 아닌지 △공공성과 보편성이 있는지 △제보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만큼 노력을 했는지 등을 확인한 뒤 방송을 결정한다. 이런 확인과정을 거치다 보니 5분짜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평균 2주일씩 걸린다.

가장 어려운 점은 출연 섭외. 제보만 하고 출연을 꺼리는 시민들 때문에 고생했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시민이 많다.

첫 회부터 줄곧 연출을 맡아온 박혜령PD는 “문제가 해결됐을 때보다도 ‘내 권리를 찾자’는 시민들의 의식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에 더 보람을 느낀다”며 “이 프로그램이 500회를 넘길만큼 자리잡기까지는 초기에 어렵게 출연해 준 용기있는 시민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PD는 “여력이 생기면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시정되지 않고 있는 사안을 계속 추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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