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영화 상영등급분류 보류 위헌소지”

  • 입력 2000년 8월 25일 23시 05분


폭력, 음란의 묘사가 과도하다고 판단된 영화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상영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한 영화진흥법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4부(재판장 조병현·趙炳顯부장판사)는 25일 영화제작자 정모씨가 자신이 제작한 영화가 두 번의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뒤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낸 위헌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했다.

재판부는 “영상물등급위가 영화 내용을 미리 심사하고 분류 기준에 해당될 경우 등급을 부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상영을 금지시킨 것은 사전검열제도에 해당한다”며 “이를 어겼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한 점 등을 볼 때 이 조항은 96년에 위헌결정이 난 공연윤리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제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예술창작의 독창성과 창작성을 위해 영화의 음란성 여부는 매우 신중히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법기관도 아닌 위원회가 대중의 평가기회를 봉쇄하고 상영기회를 전적으로 박탈해 이를 단죄하려고 한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99년 자신이 제작한 ‘둘 하나 섹스’라는 영화가 등급보류 판정을 받자 2월 “상영등급분류 보류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위헌제청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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