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여가수들 "이 정도면 조신해 보이나요"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24분


“장관직을 걸고라도 TV의 선정성을 뿌리뽑겠다”던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발언 이후 방송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MBC ‘생방송 음악캠프’ SBS ‘생방송 인기가요’ 등 주말에 집중돼 있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비교해 보았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의상. 그동안 배꼽이나 어깨 노출정도는 ‘기본’이고 허리부분과 등이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을 즐겨왔던 여가수들이 눈에 띄게 ‘조신’해졌다.

‘음악캠프’의 진행자는 여성 그룹 ‘스페이스A’를 소개하면서 “섹시한 테크노 춤의 열풍”이라고 외쳤지만 섹시한 모습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네티즌 사이에서조차 ‘의상이 너무 야하다’는 평을 들었던 여성 5인조 그룹 ‘베이비복스’도 허리노출이 없었다.

변화의 ‘백미’는 백지영. 히트곡 ‘새드 살사’에 맞춰 노출이 심한 차림으로 농염한 춤을 추던 백지영은 ‘적절한’ 의상이 미처 준비가 안됐던 듯 탱크톱 안에 하얀 스판을 받쳐입은 ‘어색한’ 차림으로 음악캠프에 등장했다.

카메라워크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평소에는 여가수의 몸에 닿을 듯 말 듯 근접 촬영을 하거나 몸매를 아래서부터 위로 훑어올라가는 등 ‘뜨거운’ 화면을 연출했으나 지난주에는 야한 춤동작이 나온다 싶으면 멀리서 풀샷으로 잡거나 무대 전경을 비췄다.

상대적으로 ‘대담한’ 화면을 보인 것은 SBS. 자우림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추던 백댄서의 엉덩이 부분을 카메라가 잡기도 했다. 소찬휘는 배꼽과 한쪽 어깨가 드러난 차림으로 등장했다.

진행자 김민희는 이날은 탱크톱과 하의 사이에 노출된 복부를 속이 비치는 하얀천으로 감고 나와 ‘눈가리고 아웅’하는 차림새였다는 평.

가요 프로그램이 화요일에 방영되는 KBS의 경우 큰 변화는 없을 듯 하다. 그동안 ‘공영방송’임을 내세워 다른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해왔기 때문.

가수 백지영의 매니저는 “일단 등과 허리는 무조건 가리고 있다”며 “다들 ‘KBS수준으로 맞추면 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KBS의 한 예능담당 PD는 “코디들이 여러벌의 의상을 들고와 ‘이 정도는 되느냐’고 묻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강수진·권재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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