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그룹 '엑스-틴' 2집 고정관념 파괴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31분


'국민교육헌장' '엄마' 등으로 폭넓은 힙합을 구사하는 그룹 '엑스 틴'.
'국민교육헌장' '엄마' 등으로 폭넓은 힙합을 구사하는 그룹 '엑스 틴'.
‘힙합도 이렇게 슬프다. 힙합도 이렇게 익살스럽다.’

그룹 ‘엑스―틴(X―Teen)’의 2집의 힙합 주장이 그렇다. 힙합으로 익살과 재치, 비애 등 양극단의 감정을 물흐르듯 표현한다. 미국 길거리 흑인들의 저항 음악이라는 힙합에 대한 고정 관념을 송두리째 무너트린다.

이들은 “힙합이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세상에 대한 비판이나 연인에 대한 사랑 등을 리듬에 맞춰 즉흥적으로 읊조리면 된다”고 말한다. 그래도 그 ‘힙합 행위’는 고도의 테크닉이지만.

머릿곡 ‘국민교육헌장’. 멜로디가 쉽고 부드럽다. 리듬도 단조롭지만 랩은 재치가 넘친다. ‘니 자신을 죽여 만든 사회가 우리안에 니 자신을 가둬’ 등 새천년에도 달라진 게 없는 학교 교육의 현실을 꼬집으며 청소년 추종자들에게 후련함을 준다.

‘진짜 사나이’는 차라리 폭소를 자아낸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주제가를 리메이크한 선율 위에 ‘남자가 되자’며 멋진 남자의 정체성을 묻는다. 수록곡 ‘자아도취’도 엉뚱하다. 트로트 ‘목포의 눈물’을 리메이크 하더니 정작 가사에서는 “우리는 어떤 상황이 와도 힙합을 버리지 않겠다”며 감칠맛나는 반전을 시도한다.

슬픈 힙합도 세곡이나 된다. 아들의 참회를 담은 ‘엄마’, 몽환적인 분위기로 죽은 연인에 대한 애절함을 담은 ‘죽음 1’ 등. ‘엑스 틴’ 힙합의 폭이 좁지 않다는 점을 단번에 보여준다.

‘엑스 틴’은 98년 ‘반전’ 등 정통 힙합을 구사하며 선풍을 일으킨 그룹이다. 1집때 7명이었던 멤버가 2집에서는 넷으로 줄었다. 멤버는 이희성과 허인창이 그대로이고 마스터 챙, 빅 머니가 새로 들어왔다. 2집에서는 음반 컨셉도 발라드계의 스타 메이커인 작곡가 김형석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음악과 힙합의 조화를 도모했다. “힙합의 형식만을 차용하고 내용은 우리 것으로 꾸미기 위한 시도”라고.

이들의 수록곡중 ‘진짜 사나이’ 등은 인터넷에 올린지 한달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4만회를 넘어섰다. 이미 네티즌의 열기를 확인했고 음반도 보름만에 5만장을 넘어섰다. 이들은 10월 경에 라이브 무대를 펼친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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