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전파견문록' 시청률 올리기에 멍든 동심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43분


유치원생을 ‘실험대상’으로 한 MBC의 간판 오락 프로그램 ‘전파견문록’(토요일 밤 9시45분)의 ‘순수나라’가 도를 넘어 아이를 정신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는 비난이 네티즌 사이에서 빗발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15일 방영된 2회.

계수(5)는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손대지 말라고 한 램프를 만진다. 그러자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 선생님을 최면에 걸어 끌고 가며 계수에게 “선생님을 살리려면 1시간 내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오라”고 시킨다. 놀란 계수는 가장 아끼는 ‘붕순이’(붕어)를 집에서 어항채 들고나와 가다가 실수로 어항을 깨뜨린다. 계수는 펄떡이는 붕어를 손에 꼭 쥐고서 선생님을 살리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요정을 찾아간다….

그러나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감동’만 의식한 탓에 △어항이 깨졌을 때 아이가 받았을 상처 △선생님에 대한 죄책감 △붕어가 죽었을 경우 아이가 입었을 충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PC통신과 MBC홈페이지에 떴다.

“깨진 어항에서 붕어가 파닥거리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태연히 촬영을 하고 있었다. 애완동물을 잃은 어린 시절의 충격은 훗날 강박증 등 이상 성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MBC홈페이지)

“가족 모두 TV를 보다 울었다. 감동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받았을 상처 때문이었다. 당장 이 코너를 없애라.” (MBC홈페이지)

“아이에게 선생님에 대한 죄책감이 남지는 않았을지, 또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호기심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천리안)

“어린이의 동심을 이용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MBC에 너무 실망했다.” (하이텔)

방송위원회 게시판에도 이 코너의 제재를 요구하는 글이 올랐다.

“그 아이는 정신적인 ‘아동 학대’를 당한 것 아닌가. MBC에 사과명령과 함께 인격형성에 악영향을 주는 제작을 못하도록 해달라.”

“어린이들을 실험대상으로 하는 몰래 카메라식 코너는 현행 방송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전파견문록’을 담당하는 김현철 프로듀서는 “시청자의 지적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촬영된 3회를 끝으로 이 코너의 폐지 또는 내용을 전면 재조정하겠다는 뜻을 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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