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베스트극장' 400회…실험정신 돋보였다

  • 입력 2000년 4월 13일 20시 34분


단막극의 산실인 MBC '베스트극장’(금요일 밤 9시50분)이 21일로 방송 400회를 맞는다. 1991년 7월 '아빠는 사업가’로 시작한 '베스트극장’은 실험적 촬영기법과 파격적 편집, 옴니버스 포맷을 도입하는 등 '드라마의 영화화'를 추구해왔다.

그만큼 '베스트극장’은 기존 제작 방식에 익숙해지기 전 역량있는 신입급 연출가와 드라마 작가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주로 '입봉’(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맡아 연출하는 것)을 앞둔 조연출의 실험무대였던 '베스트극장’은 '달수의 재판’의 오현창, 국내 첫 HDTV용 드라마였던 '사랑한다고 말해봤니’의 임화민 등 지금은 중견으로 자리잡은 연출가들을 배출했다. 또한 요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허준’의 최완규를 비롯, 지난해 신문사 방송담당기자들이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한 '국희’의 정성희 등 '베스트극장’이 배출한 작가군은 등 미니시리즈 등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의 시청률이 급등하면서 단막극에 대한 방송사의 뒷받침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20일부터 실시되는 '프로그램 시청률 연동제’는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을 수 밖에 없는 '베스트극장’에 또다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획자인 정운현 책임프로듀서는 “정예 인력을 정규 드라마에 집중 투입하고 남은 신인 연기자나 작가들을 투입하다보면 실험성보다는 아마추어리즘에 가까운 드라마로 변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단막극의 장점인 소재의 유연성을 살리기 위해 주말 편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방송되는 400회 특집은 일본 영화 '철도원’의 원작자인 아사다 지로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을 각색한 '천국까지 백마일’.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인생의 낙오자였던 한 남자가 어머니를 모시고 100마일을 달려 병원으로 가면서 새로운 인생을 향한 재기의 희망을 얻게된다는 내용. 사업 실패 후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오봉재는 이혼해 월급을 전부 자녀들의 양육비로 지불하는 탓에 쪼들린다. 그런 그에게는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한동안 알고 지내던 술집 여자 마리만이 남아있는데…. 최재성과 오미연이 각각 오봉재와 어머니 역을 맡아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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