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시트콤 '세친구', '야한 재미' 발굴로 성인층에 어필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MBC 주간시트콤 ‘세 친구’(월 밤10·55)가 본격 성인 시트콤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지난달 14일 첫 방송된 ‘세 친구’는 지금까지 20%에 육박하는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동안 MBC로서는 ‘애물단지’ 같던 월요일 심야시간대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 직전 방송되는 ‘허준’(월화 밤9·55)의 시청률 탄성을 받는 측면도 있지만, 처음 시도되는 포맷이라는 점에서 ‘연착륙’의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세 친구’의 성공 요인은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20대 후반 이상의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성적 에피소드를 집중 발굴해냈다는 점. 방영 전 타이틀 화면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박상면의 엉덩이 사이에 포크가 끼어 있던 장면은 이를 상징한다. 나이가 들면서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악세서리 정도의 비중.

‘세 친구’의 성적 코드는 이성에 대한 갖가지 유형의 호기심에서 잘 드러난다. 헬스클럽 매니저로 나오는 윤다훈은 여자들을 보다 가까이 관찰하기 위해 직업을 택했을 만큼 늘 여자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호색한. 정신병원 원장인 정웅인은 겉으로는 점잔을 빼지만 늘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사회적 지위’에 억눌려 있는 인물이다. 27일 방송분에서 정웅인은 윗집에 이사 온 신혼부부의 남편으로부터 자기 아내를 탐낸다는 의심을 받으며 곤혹을 치른다. 특히 간호사 안문숙과 헬스클럽 직원 안연홍은 늘 정웅인을 유혹하는데 이를 위해 정웅인을 술자리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육감적인 몸매의 여자 연기자들을 출연시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 고정인물인 안문숙 안연홍은 물론, 안문숙의 후배 간호사로 나오는 신인 정양은 36인치의 가슴을 지닌 글래머. 우희진 등 볼륨감 있는 여자 연기자들이 우정 출연하기도 한다.

시트콤의 핵심인 캐릭터 설정도 일단 성공적이다. 주인공인 정웅인 박상면 윤다훈은 남자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 정도로 확연히 극 중 캐릭터가 구분된다.

연출자인 송창의 MBC 예능국 부국장은 “한국적 상황에서 본격적인 섹스 터치는 할 수 없지만 다양한 성인들의 각양각색의 고민을 생생하게 그려가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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