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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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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의 성공 요인은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20대 후반 이상의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성적 에피소드를 집중 발굴해냈다는 점. 방영 전 타이틀 화면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박상면의 엉덩이 사이에 포크가 끼어 있던 장면은 이를 상징한다. 나이가 들면서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악세서리 정도의 비중.
‘세 친구’의 성적 코드는 이성에 대한 갖가지 유형의 호기심에서 잘 드러난다. 헬스클럽 매니저로 나오는 윤다훈은 여자들을 보다 가까이 관찰하기 위해 직업을 택했을 만큼 늘 여자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호색한. 정신병원 원장인 정웅인은 겉으로는 점잔을 빼지만 늘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사회적 지위’에 억눌려 있는 인물이다. 27일 방송분에서 정웅인은 윗집에 이사 온 신혼부부의 남편으로부터 자기 아내를 탐낸다는 의심을 받으며 곤혹을 치른다. 특히 간호사 안문숙과 헬스클럽 직원 안연홍은 늘 정웅인을 유혹하는데 이를 위해 정웅인을 술자리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육감적인 몸매의 여자 연기자들을 출연시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 고정인물인 안문숙 안연홍은 물론, 안문숙의 후배 간호사로 나오는 신인 정양은 36인치의 가슴을 지닌 글래머. 우희진 등 볼륨감 있는 여자 연기자들이 우정 출연하기도 한다.
시트콤의 핵심인 캐릭터 설정도 일단 성공적이다. 주인공인 정웅인 박상면 윤다훈은 남자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 정도로 확연히 극 중 캐릭터가 구분된다.
연출자인 송창의 MBC 예능국 부국장은 “한국적 상황에서 본격적인 섹스 터치는 할 수 없지만 다양한 성인들의 각양각색의 고민을 생생하게 그려가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