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TV]안방서 떠나는 TV기행

  • 입력 2000년 2월 3일 10시 35분


《흩어졌던 가족이 오래만에 모여 뿌리를 확인하며 정을 나누는 설날.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음식과 풍물을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TV 다큐 두 편이 설특집으로 방영된다. MBC ‘21세기 음식대전’(4일 오전 10시)과 KBS1 ‘하늘에서 본 국도 7호선- 부산에서 고성까지’(6일 오전 11시). ‘음식대전’은 한국 음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하며, ‘국도 7호선’은 백두대간의 동편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면서 우리 산하와 풍물을 조감한다.》

▼MBC '21세기 음식대전'▼

MBC ‘음식대전’은 김치 등 우리 음식의 세계 속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세계화의 조건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살핀다. 미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동양 음식 붐이 일고 있다. 미국 상류층은 일본의 영향 때문에 젓가락질을 할 줄 알고 생선회를 먹는 것을 상류사회의 필수 조건으로 여긴다. 그러면 뉴욕에서 한국 음식의 위상은 어떨까? 임남희 PD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나 가능성은 높다”고 말한다.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 있는 한국식당 ‘똑순이’. 이 곳에서는 젊은 백인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떡볶이를 먹는다. 한국인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한국 식당이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것과 달리 ‘똑순이’는 미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은 셈이다.

뉴욕의 채식 전문점 ‘한가위’는 뉴욕시내 레스토랑 평가지인 ‘저갯(ZAGAT)’으로부터 채식 식당 2위에 꼽혔다. 주 고객은 미국인들. ‘한가위’는 미국에서 고급 채식 식당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홍콩의 ‘이화 익스프레스’는 한식 패스트푸드점. 파전 등을 홍콩인의 식성에 맞게 패스트푸드로 바꿔 그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똑순이’ ‘한가위’ ‘이화 익스프레스’가 현지에서 성공한 것은 한국 고유의 맛을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임 PD는 “대다수 한국식당들이 한국인 위주의 폐쇄적인 영업을 하거나 유창하지 못한 영어 탓에 한국음식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홍보전략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이 프로는 계속해서 김치의 가능성, 한국 삼계탕의 세계화 추진 계획 등도 소개한다.

▼KBS1 '국도 7호선'▼

KBS 1 ‘국도 7호선’은 한반도 백두대간의 동편에 대한 조감도다. 국도 7호선은 한반도 동쪽 해안지대를 남북으로 잇는 도로. 원래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출발해 함북 온성까지 이어지는 길이나,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부근에서 분단의 철책에 막혀 더 이상 뻗지 못한다.

‘국도 7호선’은 이 도로를 따라 한국의 산하에 깃든 비경과 풍물, 인간의 삶을 짚어본다. 프로의 90% 이상이 헬기 하단에 장착된 특수카메라인 웨스컴을 통해 찍은 화면들이어서 우리 산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 부산 자갈치 시장, 양산 통도사, 울산의 공단, 삼척 인근의 쪽빛 바다, 설악산의 사계와 오대산의 겨울 비경 등이 찬란하게 펼쳐진다. 또 비무장 지대에서 국도 7호선이 끊기는 부분도 촬영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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