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속도 빠른 현대영화에 익숙한 관객이 보아도 지루하지 않을 고전적인 스릴러. 상영시간이 136분으로, 꽉 짜인 구조를 중시해왔던 히치코크의 영화 중에선 긴 편이지만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장면은 거의 없다. 비밀정보원으로 오해받은 광고업자 로저 손힐(캐리 그랜트 분), 그를 뒤쫓는 경찰과 범죄조직의 도망과 추격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손힐이 옥수수밭에서 경비행기에 쫓기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 여러 번 패러디됐던 명장면. 비디오 가이드북 ‘믹 마틴&마샤 포터’의 평가 ★★★★★(만점〓★ 5개)
◇애수
6·25때 임시수도 부산에서 개봉돼 많은 사람을 울렸던 멜로 영화. 비비안 리가 출연작 중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영화. 1차 대전 중 발레리나(비비안 리 분)와 영국 귀족청년(로버트 테일러)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원제(워터루 다리)와 동떨어진 제목 ‘애수’는 일본판 제목이 그대로 국내에 들어온 것. 감독 마빈 르로이. ★★★★
◇욕망
세 편 가운데 가장 실험적인 영화. 살인 현장을 우연히 촬영하게 된 한 사진작가를 통해 예술가들이 현실을 재현할 때 겪는 혼란을 그렸다. 기품있는 여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 젊은 관객에겐 좀 지루하겠지만 67년 미국에서 개봉될 땐 적나라한 노출장면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흥행에 성공했다. ★★★★★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