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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6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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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8일 서울 23개관 등 전국 약 90여개 극장에서 개봉된다. 제작사인 신씨네는 최근 전체 110분 중 여주인공 J(김태연 분)가 고교생임을 알 수 있거나 지나친 욕설이 있는 장면 등 10여분을 삭제하고 성기 노출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이름조차 없이 그저 J와 Y로 표현된 주인공들의 가학 피학적인 성관계를 그린 ‘거짓말’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으며 불법 복제 CD로 유통되면서 극단적인 호평과 악평을 받아온 문제작.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 등급보류를 둘러싼 파문 등 영화 외적인 센세이셔널한 반응 때문에 더 화제가 되고, 이 때문에 극장들도 앞다투어 몰려들고 있다.
‘거짓말’ 불똥이 튀어 울상인 쪽은 현재 상영 중이거나 같은 날 개봉되는 한국영화들. ‘거짓말’의 개봉일정이 잡힌 후 영화사 대표들의 모임인 한국영화제작자협회는 한국 영화끼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말 회의까지 열어 개봉일정을 조정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영중인 ‘해피 엔드’는 평일에도 1만명 이상의 관객이 드는 흥행호조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 극장수가 21개에서 5,6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 7개 극장에서 상영 중인 ‘박하사탕’은 15개 이상 극장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거짓말’로 극장들이 몰리는 바람에 2개관이 느는 데 그쳤다.
‘거짓말’ 개봉은 등급심의의 ‘햇볕정책’에 대한 기대와 “음란물의 공개적인 상영은 있을 수 없다”는 반발을 동시에 낳고 있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는 지난해말 ‘거짓말’ 등급보류 판정의 영향을 받아 등급 심의 신청을 자진 철회했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셧’에 대한 등급 심의를 4일 다시 신청했다.
한편 ‘음란폭력성 조장매체 대책 시민협의회(공동대표 손봉호)는 장선우 감독과 제작사인 신씨네, 단성사 등 전국 90여개 상영관을 음란물 제작 배포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고 ‘거짓말’의 관람거부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