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있는 웃음 MBC '테마게임' 막내린다…내달 종영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8시 11분


TV프로그램도 유기체처럼 기력(시청률)이 쇠하면 소멸(폐지)되게 마련.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이 프로그램만은 예외일 줄 알았다. MBC 간판 오락프로그램 ‘테마게임’(월 밤11·00). 이 프로가 다음달 중순 폐지된다.

95년 4월 첫방송된 ‘테마게임’은 드라마에 코미디를 결합한 ‘드라메디’(Dramedy)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오랫동안 MBC의 채널 이미지를 주도해왔던 프로.지난해에는 오락프로로는 이례적으로 경실련과 민언련 등이 선정한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비드라마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테마게임’의 미덕은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억지스럽지 않게 뽑아내왔다는 점. 이는 김국진(중도하차) 김용만 서경석 김진수 등 출연진이 전원 개그맨이라는 점을 무기삼아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부담없이 담아낸 데 있었다. 간간이 문학적 향기도 곁들이고 짙은 페이소스도 얹었다.

이러한 ‘테마게임’은 마니아 시청자를 확보해나갔고 97∼98년 줄곧 같은 시간대의 KBS1 ‘용의 눈물’에 눌리면서도 20%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며 토요일 밤10시대를 지켜냈다. 지난해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최양수교수는 ‘테마게임’을 강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테마게임’은 올해 중순부터 급격히 기력을 잃어갔다. 이유는 소재 고갈과 매너리즘. 여전히 감동적이지만 포맷이 고정된 흔적이 역력했다. 소시민적인 캐릭터를 대표하던 김국진이 올해 3월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리딩 캐릭터’가 빠져버린 것은 결정타였다. MBC 편성관계자들은 “드라마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는다”며 ‘테마게임’의 경쟁력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올 가을개편부터 처음으로 시간대를 월요일 심야로 옮기면서 폐지의 수순을 밟았다.

‘테마게임’ 후속으로는 MC 주영훈과 최화정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기획 중이다.

MBC 윤건호 편성부실장은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요즘 ‘테마게임’같은 프로그램은 방송3사를 통틀어 앞으로 10년 안에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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