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장동건 『야성적 연기로 「TV불운」 끝낼터』

  • 입력 1999년 7월 11일 18시 01분


『이럴수가…. 벌써 세번째야.』

‘대리석 미남’장동건(27)은 아직도 3월4일 오후의 허탈함을 잊지 못한다. 출연중인 MBC드라마 ‘청춘’이 일본TV드라마를 표절했다 하여 조기종영키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출연작이 연달아 세번째 ‘망가졌다’.

“지난해 2월 MBC ‘사랑’은 시청률이 낮다고 중간에 작가를 바꿨고, 8월 방송된 ‘영웅신화’는 아예 PD가 교체됐었죠.”

게다가 세번째 영화 ‘연풍연가’의 흥행성적도 시원치 않았다. “갑자기 왜 이러지. 97년 ‘의가형제’에선 카리스마적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는데….”

조금 ‘덜’생겨도 개성이 연기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90년대말의 방송가. 금방 압구정동에서 건져온 듯한 외모는 오히려 장동건에게 콤플렉스일 수 있다. “얼굴이 아닌 연기로 평가받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장동건은 절호의 전환점을 잡았다. 12일부터 방송되는 SBS특별기획 16부작 ‘고스트’. 악령(김상중 분)을 퇴치하고 세상을 구하는 엘리트 경찰 장대협 역이다. ‘모래시계’의 김종학PD와 영화 ‘유령’의 민병천감독이 각각 기획―연출자로 손잡고 회당 1억3천만원의 제작비를 들인 TV용 대작. 데뷔 7년째인 그는 “이번엔 끝장을 보겠다”는각오로덤벼들고있다.

“정말 순정만화 주인공같다는 말, 멜로물에나 어울린다는 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대작이라 위험하다는 주위의 우려는 들리지도 않아 홀가분하구요.”

경찰 연기는 31일 개봉될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일단 맛을 보았다. 여기에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연배우, 컴퓨터에 지배당하는 인류를 구원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분위기를 입힐 생각이다. 극 중반에 들어서면 데뷔 후 처음으로 머리도 스포츠형으로 자르고 수염도 기르게 된다. 얌전한 이미지와 달리 장동건은 며칠만 수염을 안깎으면 ‘거의 박찬호’다. 목부분까지 검푸른 면도자국이 선명할 만큼.

사실 그의 내면에 숨은 야성적 기질, 폭발할 듯한 열정은 지금까지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 방영전 시사회에서 이같은 모습을 보여준 장동건은 세기말을 상징하는 퇴폐미에 극을 읽어내는 힘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각오대로 몸이 안 따라주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인정사정…’하면서 오른쪽 어깨 인대가 심하게 늘어났어요. 몇주간은 오른팔을 맘대로 휘젓지 못합니다.”

얼마전 점성가에게 올해가 삼재(三災)의 마지막 해라는 말을 들었다. 장동건은 “드라마 제목이 귀신이지만 절대 안믿는다”며 극중 늘상 걸고 다닐 ‘장대협’의 영문자를 새겨넣은 군번줄을 만지작거렸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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