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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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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해동안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는 모두 348편(한국영화 43편). 이 영화들은 전국 507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전국 극장 관객은 5017만명(한국영화 1260만명), 이로 인한 흥행수익은 2584억원(한국영화 629억원)이었다.
그러나 전국의 관객수와 흥행수익은 전국극장협회가 발표한 ‘공식집계’일 뿐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의 유통과정이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떻게 유통되나
국내의 영화 배급은 서울 부산 등 일부 대도시에서 실시되는 직접배급과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눠 지방배급업자를 통해 간접배급하는 두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배는 영화사가 배급사에게 영화를 넘기면 배급사가 극장에 파는 구조다. 한국영화의 경우 입장수입을 제작사와 극장이 5대5로 나누어 가지며 제작사는 배급사에 일정액의 배급수수료를 지불한다. 외국영화의 경우 수입사가 60%를, 극장이 40%를 가져가고 수입사가 배급사에 수수료를 낸다. 미국 배급사의 경우 수입과 배급을 직접 하므로 수수료 부담이 없는 셈이다.
직배는 이처럼 입장수입에 따라 제작사와 극장이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투명한 입장객 집계가 필수적. 관객수집계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제작사들은 입장객을 정확히 파악하고 극장측의 ‘표돌리기’를 막기 위해 ‘입회인’을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관객 수를 정확히 집계할 방법이 없는 지방의 경우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입회인을 내보내자니 입회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활용돼온 것이 간접배급.
제작사의 의뢰를 받은 중앙배급사들은 일정액을 받고 전국 30여개의 지방배급업자에 통째로 영화판권을 넘긴다. 금액 산정에는 직배 대도시의 흥행통계를 기준으로 직배가 되지 않는 인근지역의 흥행을 추산하는 백분율 계산법(속칭 ‘우라’방식)을 흔히 활용한다.
예컨대 경남지역의 ‘우라’가 50%라면 부산 개봉관에서 직배를 통해 1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린 영화의 경남 전체(부산 제외)흥행수익을 5000만원으로 정해 판권을 매긴다는 뜻.
◆영화배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그러나 이같은 주먹구구식 방법으로는 영화의 전국 흥행수익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뿐더러 상당한 수익이 누락되기 일쑤다. 영화 유통을 국내 영화산업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로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배급 관계자는 “‘우라’방식을 통해 영화를 배급하면 직배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의 20%가량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이 전국에 직배한 한국영화 ‘약속’의 충청지역 흥행수익은 3억6100여만원, 이중 대전의 흥행수익은 1억9800여만원이었다. 이를 ‘우라’방식으로 계산해보면 충청지역의 ‘우라’는 대전의 50%이므로 9900여만원이 된다. 결국 지역 전체 흥행수익은 2억9700여만원이 되어 직배를 했을 때보다 6400여만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이때문에 제작자가 한 편의 영화로 돈을 번뒤 다음 영화에 재투자하는 확대 재생산이 어려워진다는 주장. 이같은 전근대적인 구조에다 미국 배급사의 ‘영화 끼워팔기’에 밀려 한국영화는 이중의 피해를 겪고 있다.
‘끼워팔기’란 대규모 영화의 개봉전후에 작은 영화를 묶어 파는 것.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때문이다. “지금도 스크린쿼터를 잘 지키지 않는 극장주들이 그나마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면 한 회사마다 1년에 영화를 20편이상씩 푸는 미국 배급사들의 ‘끼워팔기’요구에 모두 굴복할 수밖에 없다.그렇게 되면 한국영화의 상영과 기획제작이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영화관계자들은 이같은 배급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할리우드 배급사에 맞설 수 있는 국내 배급사를 육성하고 통합전산망을 구축, 전국 관객과 흥행현황을 투명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