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가이 리치감독 액션코미디「록, 스탁…」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36분


길고 괴상한 제목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는 총의 방아틀 뭉치와 개머리판, 두 자루의 총열만 있으면 총이 만들어진다는 뜻.

엉성하지만 아니라고는 말못할 이 단순한 공식처럼 ‘록스탁…’은 어리벙벙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채 뭘 잃거나 얻어가며 그럭저럭 인생의 가닥을 잡아가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그린 영국 영화다. 동양의 격언인 ‘인생사 새옹지마’의 과격하고 배꼽빼는 서양식 버전이라고나 할까.

무려 22명이나 되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기나긴 도입부에서 헷갈리지만 않는다면 ‘록스탁…’은 관객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폭소를 참을 수 없게 하는 난장판을 빠른 속도로 펼쳐 보여주는 영화다.

허우대는 멀쩡해도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인 다섯 패거리들이 돈가방과 대마초, 고가의 낡은 총 두자루를 놓고 얽히고 설킨 싸움을 벌인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처럼 이 영화에서도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다.

그러나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과 재기발랄한 구성으로 잔혹한 폭력물에 빠지는 위험을 피해갔다.

정지 화면과 고속 촬영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한 화려한 기교, 싸움이 임박해지자 점점 빨라지던 록음악이 뚝 멈췄다가 갑자기 빠른 라틴음악으로 바뀌는 등 음악의 효과적인 사용도 눈과 귀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사건이 질서있게 전개되는 영화에 길이 든 관객의 눈에는 황당하게 비치겠지만 인터넷 서핑을 즐기며 카오스의 세계에 익숙한 영상세대에겐 안성맞춤일 오락물. 서른살난 감독 가이 리치는 제작비 160만달러를 들인 이 영화로 영국에서만 2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려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차세대 감독으로 떠올랐다.12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