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 새음반 「폭풍」, 뽕짝과 록 접목 화제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14분


가수 박상민(32)의 새음반 「폭풍」이 논란의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록발라드의 대표 주자인 그가 록과 속칭 ‘뽕짝’(트로트)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자 반응이 찬반을 오가더니 마침내 평론가들까지 나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젊은 가수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작곡가 정풍송)이라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자칫 정체불명의 음악이 될 우려가 있다”(가요평론가 강헌)는 비판도 만만찮다.

박상민의 설명. “한국적 멜로디의 원형을 탐색해봤다. 6집까지 낸 가수로서 우리 가요의 뿌리를 더듬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뽕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뽕짝’은 쿵짝쿵짝(강약강약)이라는, 4분의 2 또는 4분의 4박자의 단순한 리듬을 지닌 트로트를 일컫는다. 정풍송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라며 “왜색시비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엄연한 우리 가요의 뿌리로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박상민의 머릿곡 ‘Sin(죄)’은 트로트의 선율감과 단순한 리듬감, 애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발라드다. ‘포커 페이스’는 빠르고 강렬하지만 분위기는 트로트. ‘사랑한 자의 부탁’도 통기타의 산뜻한 연주 아래 트로트의 선율감을 짙게 담았다. 박상민은 그러나 창법에서 록을 고수, 트로트의 애상에 젖는 것을 경계했다. 젊은이들이 질색하는, 음절마다 발음을 꺾으면서 구성지게 흐느끼는 트로트 창법을 버린 것.

뽕짝의 크로스오버는 ‘영턱스그룹’ 등 댄스그룹들이 시도했으나 박상민처럼 록과 트로트를 접목시킨 시도는 흔치 않다. 박상민은 “트로트의 애절함과 친숙한 선율감이 록의 호소력에 맞닿아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음악사 측면에서 볼 때 불경기에 기존 장르를 변형시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가요평론가 강헌은 설명한다. 트로트와 록의 접목도 그런 추세의 하나라는 것이다.

탁성의 호소력과 강한 남성적 매력을 지닌 박상민은 20대 이상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93년 ‘빛바랜 시간속에’로 데뷔한 이래 ‘멀어져간 사람아’ ‘청바지 아가씨’ ‘애원’ 등을 히트시켰다. 보름전 내놓은 ‘폭풍’은 현재 15만장 판매를 넘어서며 순항중이다.

그는 17∼23일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라이브 무대를 펼친다. 2만5천원. 02―539―0303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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