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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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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분위기와 특유의 자유분방함, 유창한 영어 등이 주는 ‘후광 효과’로 최근 몇년사이 부쩍 각광을 받고 있는 해외교포(특히 미국) 연예인들. 이들의 ‘끼’는 어떻게 한국까지 건너와서 국내무대를 누비는 것일까.
▼계기▼
한국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CF등에 발탁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연예기획사가 직접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룹 ‘지누션’ ‘원타임’ ‘드렁큰 타이거’ 등이 대표적.
A기획의 한 관계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정기적으로 오디션을 열어 ‘될만한’ 교포를 헤드헌팅한다”고 전했다. 어려서부터 랩과 힙합 춤 등 미국 중심의 대중문화에 젖어 성장한 이들은 국내파 연예인에 비해 ‘급속 상품’으로 포장하기 편리하다는 이유 때문.
▼국적 문제는▼
가수 유승준, 듀오 ‘지누션’의 멤버인 김진우과 션(노승환)등 최근 방송가를 누비고있는 해외파들은 대부분 국적상 한국인인 영주권자다.
이들은 대개 1년만기 취업비자를 받아 방송가를 누볐다가 기한 만료전 다시 외국으로 나가 비자기간을 연장하는 식으로 활동한다.
해외시민권자의 경우 연예스포츠활동을 하려면 재외한국대사관에서 E6비자(연예흥행비자)를 6개월마다 재발급받아야 한다. 94년부터 연예활동을 시작한 이제니는 당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E6비자를 받지않고 출입국관리소측과 드라마와 CF를 합쳐 2개이하만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보다 많은 작품에 나갈 기회가 있었지만 미성년자가 시민권을 포기하려면 부모가 같이 ‘실권’해야하므로 만20세가 되는 올해 7월까지 기다렸던 것. 해외파의 명암교포들은 언어 피부빛깔 등의 벽으로 인해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주류’ 연예계에 파고들기 쉽지 않다. 그러니 한국땅을 밟으면 그동안 주체하지못했던 끼를 물만난 고기처럼 발산하게 마련. 유승준은 “데뷔 전 미국서는 ‘뭐라도’ 되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비좁은 국내 대중문화판에 게릴라식 ‘치고빠지기’를 반복하는 이들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인기가 식을 때까지 돈을 벌다가 해외로 가버리면 그만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MBC의 한 중견PD는 “해외파들이 힙합이나 랩 등 세계적인 ‘문화코드’를 국내에 이식하는 데 이바지한만큼 이제는 국내 대중문화계의 한 ‘영역’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덤벼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