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EBS, 「황금박쥐 동면」다룬 다큐 방영

  • 입력 1999년 4월 27일 19시 35분


‘황금박쥐’ 소동을 일으킨 자연다큐 ‘동면’이 마침내 방영된다.

EBS는 28일 밤10시40분 세계적인 희귀종 ‘황금박쥐’(학명 붉은박쥐·Myotis formosus tsuensis)와 동면중인 동물을 다룬 ‘동면’(한국환경생태계협회 제작)을 내보낸다.

이 프로 제작중 전남 함평일대 동굴에서 집단동면 중인 황금박쥐를 촬영하다 생태계 파괴 논란을 불러 일으켜 이 프로가 관심을 모아왔다.

▽황금박쥐 소동의 전말〓동면 중인 자라 뱀 개구리 등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던 한국환경생태계협회 김선숙PD팀이 황금박쥐 사진을 일반에 공개한 것이 지난 2월. 한국교원대 박시룡교수(동물행동학) 등은 박쥐 생태계 파괴 우려를 들어 제작진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당시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국내 박쥐전문가 여섯명에게 자문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문제의 동굴’에서 촬영 이후 박쥐의 생태 변화여부를 파악하는 현장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후 박쥐는 어떻게 됐나〓아직까지 환경부는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별 지장이 없을 것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태도다.

당시 박쥐를 촬영한 시간이 10분정도에 불과했고 촬영용 조명으로 일반 랜턴을 사용한 점 등도 ‘현장조사 무용론’에 한몫했다.

그러나 박쥐를 촬영한 한국환경생태계협회가 환경부로부터 지원비를 받는 민간단체인데다 제작 자문을 한 최병진박사가 환경부 산하단체인 국립환경연구원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환경부가 ‘몸사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불똥은 오히려 다른 곳으로〓황금박쥐 사진 공개 당시 전남 함평 무안 일대에서 가물치의 생태를 촬영하던 제작진은 ‘파문’이 확산되자 즉시 상경, 환경부에 소명자료를 제출하느라고 가물치 촬영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동면’에 이어 방영될 ‘가물치’(29일 밤10·40)의 테이프를 받아 본 EBS측도 “가물치의 모습이 너무 흐릿해 잉어인지 가물치인지 구분이 안간다”고 했을 정도. 결국 당초 계획보다 10분 줄어든 40분간 방영하기로 해 황금박쥐로 인한 피해는 가물치가 보는 셈이 됐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