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용건 「장미와 콩나물」서 열혈아빠 열연

  • 입력 1999년 4월 7일 20시 43분


‘원조제비족’에서 ‘못말리는 아빠’로.

90년대초 MBC 주말극 ‘서울의 달’에서 삼류 춤선생으로 인기를 끌었던 탤런트 김용건(53)의 ‘감초연기’가 웃음 속에 화제를 낳고 있다.

그는 방영 직후부터 시청률 30%대로 3,4위를 오르내리는 MBC 주말극 ‘장미와 콩나물’(주말 밤8시)에서 해병대 출신으로 월남전 참전경력이 있는 피아노조율사 대식으로 출연 중이다. 아버지의 극성스러운 딸사랑은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해 왔지만 그의 부성애(父性愛)는 차원이 다르다. 피아노를 조율할 때는 “음은 몸과 마음으로 듣는다”고 말할 정도로 섬세한 인물. 그러나 딸의 행복을 위해서는 터프가이로 변신한다.

극중 영대(손창민 분)가 경제력이 없다며 미나(최진실)와 헤어질 것을 선언하자 한강 한복판에서 “(모터보트 키를 버리면서)내 딸 마음 고생하는 건 못참아. 내 딸과 결혼 안하면 나도 죽고 너도 죽자”며 동반자살을 강요해 결국 결혼을 성사시켰다. 이에 “화끈하면서도 가족에 성실한 대식이 멋있다”는 해병전우회 등 군과 관련된 단체의 반응이 방송사에 전달되고 있다고.

김용건은 “실제 ‘같이 죽자’는 식의 극단적 행동은 아니라도 아들을 둘이나 키우는 입장에서 대식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 “앞으로 딸을 둘러싼 장인과 사위의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중순경 한강의 잠수교 부근에서 찍은 이 모터보트신에는 알려지지 않은 해프닝이 있었다. 김용건이 오전 7시경 촬영을 앞두고 “진짜 한번 물에 빠지자”고 주장하고 나서 제작진을 긴장시킨 것. 결국 안전상의 이유와 다음 촬영 일정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돈을 내고 입장권을 사는 영화는 아니지만 시청자들에게 실감나는 서비스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 엉뚱하게 들리는 그의 이같은 고집에는 한없이 기다려야 했던 연기인생이 밑그림으로 깔려 있다.

67년 KBS 7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방송가의 대표적인 늦깎이 연기자로 꼽힌다. 데뷔한 지 13년이 돼서야 ‘전원일기’로 첫 고정배역을 맡았고 이후 김회장(최불암)집 큰아들 용식으로 15년간을 묵묵히 지냈다. 그러다 94년 ‘서울의 달’을 시작으로 KBS2 ‘금촌댁네 사람들’, MBC ‘세번째 남자’, SBS ‘흐린 날에 쓴 편지’ 등으로 ‘50대 전성기’를 열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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