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주병진…」, 大盜에 「면죄부 주기」눈살

  • 입력 1998년 12월 7일 19시 22분


지난달 26일 출소한 ‘대도(大盜)’ 조세형씨는 많은 화제거리를 지닌 출소자 중 한 사람이다. 이를 놓칠세라 각 TV사는 그가 15년간 품었음직한 이야기를 담으려 뛰었고 SBS ‘주병진 데이트라인’이 6일 시사 프로 중 처음으로 조씨를 TV에 등장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첫번째라는 흥분 때문이었을까. 이날 ‘주병진…’은 시사프로가 취해서는 안될 함정에 줄곧 빠지는 우(愚)를 범했다.

우선 ‘대도에서 성도(聖盜)로’라는 코너의 제목. 비록 조씨가 15년간의 수형생활 중 신앙인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도 ‘성스러운 도둑’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시청자들을 거북하게 했다. 더욱이 주병진은 시사 프로 진행자로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기는 커녕 조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조씨가 수감됐던 청송감호소와 관련, “수감 동료가 84년 교도관들의 집단폭행으로 사망했다”는 그의 주장이 청송감호소측에 반론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생방송됐으며 여기에 주병진은 “그들도 반성할 부분은 반성할 것”이라는 다소 ‘위험한’ 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주병진은 또 조씨가 언급을 회피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누구의 집에서 얼마가 나왔다던데…”에 집착하는 등 프로를 센세이셔널하게 몰아가려 애썼다. 결국 주병진은 코너의 막바지에 “이 방송을 보고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는 말로 기획과 진행의 미숙함을 털어놨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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