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 本報「굿모닝 미즈&미스터 따라하기」 바람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22분


색다른 시각과 새로운 주제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동아일보의 ‘굿모닝 미즈&미스터’ 섹션. 일반독자외에 ‘주독자’(?)로 굳어진 사람들이 TV와 라디오의 구성작가들. 이들의 ‘필수 모니터지면’이 되면서 ‘미즈&미스터’와 똑같은 형식, 똑같은 주제로 프로를 제작하는 경우가 셀 수 없을 정도.

‘생활 속의 작은 이견에 대한 지상 배심원 평결’인 ‘미즈vs미스터’(매주 목요일). MBC TV 아침프로 ‘테마기획―탈출 IMF’의 ‘100초 논쟁’ 코너는 동아일보의 ‘아내생각’‘남편생각’ 형식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방영된 10회분 중 5회분은 ‘아내의 남편 옷차림 간섭’‘결혼후 살쪘다고 눈치주는 남편’ ‘시부모 앞 며느리의 노출문제’ 등 동아일보 기사의 주제와 내용을 그대로 방송. 담당 김동철 PD는 “부부간의 의견차이를 ‘찬반대결’로 다루는 형식과 미묘한 내용이 재미있어 ‘미즈&미스터’라고 출처를 밝히며 방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프로들은 동아일보기사를 ‘토씨’까지 그대로 읽거나 주제를 ‘베끼면서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표절’.

21일 방영된 MBC TV ‘김국진 김용만의 21세기위원회’는 ‘미즈&미스터’의 프론트에 실린 ‘야쿠르트 아줌마’기사(8월17일자)와 ‘추락하는 미시족, 다시 뜨는 아줌마’기사(9월1일자)를 ‘짬뽕’한 내용. ‘야쿠르트 아줌마’의 하루생활을 전하면서 “전국의 야쿠르트 아줌마가 하루에 걸어다니는 총 거리는 8만㎞, 지구를 4바퀴 이상 도는 것”이라는 기사의 독특한 내용을 그대로 사용했다.

KBS 2TV의 ‘아침마당’은 ‘IMF시대 아담이 찾는 이브는, 전우같은 아내가 좋다’ 기사(3월10일자)의 게재 당일 “요즘에는 전우같은 아내가 인기가 있다면서요”라는 코멘트로 시작한데 이어 이틀후 아예 똑같은 제목의 프로를 내보냈다.

라디오의 ‘미즈&미스터 따라읽기’는 일일이 모니터링이 불가능할 정도. KBS 2FM의 ‘이금희의 스튜디오 891’은 9월9일 시작 코멘트로 ‘학업유예 결혼유예 취업유예, IMF 너 때문에…. 모라토리엄 인간형증가’ 기사(9월7일자)를 요약해 읽으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한독자는 “요즘 방송을 보고 듣노라면 ‘미즈&미스터’가 앞서간다는 생각과 함께 뉴스와 독창적 아이디어는 역시 신문이 제공하고 여론을 이끌어가며 방송은 이를 적당히 포장해 전달하는 ‘2차적 미디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강현두교수도 “사회 트렌드를 읽는 ‘주제’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베끼기’는 선진국 언론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면서 “최소한 출처는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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