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상대 「몰카」 남발…개그맨도 『너무한다』분통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16분


몰래카메라. 일명 ‘몰카’. 초상권 침해 시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발되고 있다. 시청자를 웃기고 시청률만 높일 수 있다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13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우를 다시 보자. 이 날의 몰카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해 ‘일요일…’의 진행을 맡게된 개그맨 신동엽의 복귀를 자축하기 위한 것. 역시 신동엽이 복귀하는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팀이 동원됐다.

출연자대기실에 있던 신동엽에게 김용림이 느닷없이 “내가 준 반지 어쨌느냐”고 묻는다. 당황하는 신동엽에게 김용림은 “대단히 실망했다”며 ‘그렇게 살지말라’는 투로 꾸짖는다. 또 주위에 있던 이경실과 송승헌은 “미국에서 왔는데 선물도 안드리면 되느냐”며 궁지로 몬다. 잿빛이 된 그에게 갑자기 홍경인이 “향수라도 드리라”며 포장까지 해주지만 알고보니 MBC로고가 찍힌 시계였다.

급기야 화가 난 신동엽은 홍경인 등에게 “××같은 놈들” “야 이 ××들아”를 연발했고 이같은 장면은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됐다.

연예프로 몰카의 목적이 ‘먹이감’을 철저히 골탕먹이고 시청자들에게 ‘엿보기’의 즐거움을 주는 데 있다지만 이날은 놀린 사람도 정도가 심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상황종료 후에도 겸연쩍어했고 아예 눈물까지 글썽거린 김용림은 “다시는 이런 연기 안한다”며 신동엽을 끌어안았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화해를 했는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치한 ‘몰카 장난’에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어떻게 유쾌할 것인가.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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