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장발 록스타,『잘라다오』『못자른다』승강이

  • 입력 1998년 6월 19일 07시 46분


○…“제발 조금 잘라라.” “싫다.”

KBS가 ‘단발령’을 둘러싸고 강산에 김종서 신해철 김경호 김장훈 윤도현 등 록스타와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말 KBS는 10대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출연자, 특히 가수들의 두발과 액세서리, 복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최근 신곡을 발표한 김경호 강산에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때문에 아예 TV 출연을 포기한 상태.

10년만에 재결합한 그룹 ‘들국화’의 KBS 출연도 불발로 끝났다. 리더 전인권의 상징인 장발이 걸림돌. 기획사측은 “TV에 출연하면 홍보효과야 크겠지만 80년대 우리 록을 대표하는 인물인 전인권에게 차마 머리를 자르자고 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것도 안되면 묶자.”

로커들을 출연시키고 싶은 KBS 제작진의 ‘중재안’. 그래서 김종서 김장훈이 최근 제작진의 읍소에 한발 양보, 머리를 묶고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했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당초 댄스그룹을 겨냥했던 단발령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발 배꼽티 등 ‘불량한 외모’의 ‘주범’이었던 댄스그룹이 제작진의 설득을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록스타들은 머리를 자르면 힘이 빠지는 ‘삼손’마냥 버티고 있기 때문.

‘윤도현 밴드’측은 “단발령은 단순히 머리 길이의 문제가 아니다”며 “록 자체가 저항정신과 자유의 산물인데 TV에 나오기 위해 머리를 묶거나 자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