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혁프로그램「이제는 말한다」방영 무산

  • 입력 1998년 6월 17일 08시 07분


우여곡절끝에 17일부터 방송을 시작하기로 했던 KBS 개혁프로그램 ‘개혁리포트―이제는 말한다’가 내용에 대한 회사측과 노조, 특별제작팀의 이견으로 취소됐다.

15일 첫회분인 ‘KBS 그 굴종과 오욕의 역사’편 시사회를 갖고 공정방송위원회를 연 노사 양측은 프로그램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제작팀에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팀은 “노사합의의 기본정신인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 방송을 제작할 수 없다”며 팀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서 2월 노사합의로 시작됐던 개혁 프로그램 제작은 무산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KBS 노사가 지금까지 팽팽히 맞서왔던 프로 제목과 방영시간, 녹화방송에 대해 합의를 보고서도 방송이 불가능해지게 된 이유는 첫회분인 ‘KBS 그 굴종과 오욕의 역사’가 ‘노사갈등’이 아닌 ‘노노(勞勞)갈등’을 일으켰기 때문.

시사회결과 PD들이 만든 이 프로에서 예로 든 과거 왜곡, 편파보도 사례의 대다수가 뉴스 등 보도본부의 제작물들에 편중됐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내용을 보지 못한 기자들까지도 심한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KBS 기자협회분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이 프로그램은 특정 제작진 일부의 시각일뿐 KBS조합원 전체의 뜻과 의지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정 직종 집단(PD)은 선이요, 특정 직종(기자)은 악이라는 인식을 줄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같은 비판과 수정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특별제작팀이 해체를 선언함으로써 KBS의 개혁 프로그램 방영은 무산됐다. 이로써 박권상사장 출범이후 제자리를 찾지 못하던 KBS의 개혁은 한동안 표류를 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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