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투표마감직후 여론조사 보도 안할 가능성높다

  • 입력 1997년 12월 17일 17시 16분


18일 오후 6시 정각. 온국민의 시선이 TV화면에 고정될 이 시각 공중파 방송사들은 어떤 내용을 방송할까. 「여론조사 결과 아무개씨 당선 가능성 높다」라는 예측 보도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 16일까지만 해도 정확한 여론조사로 투표일 오후 6시면 당선자를 맞힐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방송사들이 17일부터는 예측보도를 안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KBS와 SBS의 경우 예측보도를 안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MBC는 상대적으로 보도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투표 당일 실시하는 전화 투표자 조사도 KBS와 SBS가 「할지 안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MBC는 「한다는 방침에 공식적인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예측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투표자 조사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이 「무조건 한다」던 종전 방침에서 「안하기가 쉽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데에는 선거막판까지 부동층이 줄지 않는 등 당선자 예측이 매우 힘들어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거 하루전인 17일에도 부동층이 10∼20%로 집계되는 마당에 당선자를 「오차없이」 예측하기는 매우 힘들며 만에 하나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개표결과가 다를 경우 국민들의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개표시비를 불러오는 등 자칫 나라 전체가 어수선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SBS 선거방송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수십차례의 조사를 했지만 조사결과가 오차범위내에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자신있게 당선자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냥 발표할 수도 있지만 틀릴 경우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아직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MBC 관계자는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선거 당일 투표자 조사를 하고 이를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 합쳐 18일 오후 6시에 발표한다는 종전 방침은 아직 그대로』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김창렬 방송위원회 위원장은 16일 각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무리한 득표상황 예측이 실제 득표상황과 어긋나는 경우 여기서 야기될 혼란은 지난총선때 여러 지역구에서 일어났던 것보다 엄청날 수 있다』며 『선거 뒤의 새로운 질서까지를 내다봐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패널조사 추적조사 밸럿조사 당일 투표자조사 등 온갖 정밀한 조사를 준비해온 방송사의 예측보도 여부는 국내 여론조사의 수준을 가늠하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