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합동토론 무엇을 남겼나]세몰이서 토론선거로 진일보

  • 입력 1997년 12월 15일 08시 01분


대통령선거방송 토론위원회(위원장 유재천 한림대 교수)가 주관한 세차례의 TV 합동토론회가 14일 모두 끝났다. TV 합동토론회는 「미디어 정치 원년」을 기록한 올해의 가장 큰 정치 행사였다. 그러나 토론위 구성등 문제점도 적지 않게 노출됐으므로 냉정한 평가를 통해 다음 선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유권자들의 지적이다. 합동토론회는 일단 세 후보가 무릎을 맞대고 공방을 벌이는 장(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선거의 무게중심을 세(勢)과시의 군중몰이에서 안방에서 볼 수 있는 토론으로 옮김으로써 새로운 선거 문화가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합동토론회를 주관하는 토론위의 구성, 모호한 책임과 역할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다. 11명의 토론위원중 7명이 KBS MBC 등 공영방송사 대표와 정당추천 인사 등으로 구성된 까닭에 방송사의 이해와 정치논리가 엇갈려 잡음이 적지 않았다.동아일보가 주최하는 합동토론회의 KBS 중계를 불허한 것이 대표적 사례. 이때문에 다음 선거부터는 토론위가 민간주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KBS 보도제작국의 한 관계자도 『토론회는 민간 단체가 주관하고 방송사는 중계만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할 정도다. 14일 토론회를 SBS가 주최한 것도 위원회의 허점을 드러내는 사례로 꼽힌다.선거법상 민영방송인 SBS는 합동토론회를 주최할 수 없고 중계만 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는 합동토론회에서 SBS를 배제할 경우 SBS가 다른 편법적인 토론회를 열어 중계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 SBS에 똑같은 기회를 주었다. 합동토론회의 내용은 어떤가.원활한 진행으로 불공정 시비를 불식했다는 점을 빼고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1분, 1분30초 등 기계적인 시간 배분으로 토론의 흐름이 자주 끊겼으며 정작 심층 토론이 필요한 대목은 논의도중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표를 의식한 후보들의 정치 공세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경제 토론 중 『경제는 안보다』는 말이 나오거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채 상대 비난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미디어 정치라는 것이 표피적인 화술과 이미지, 「설전(舌戰)정치」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이때문에 시민단체와 언론계 학계에서는 민간 주도의 토론위원회 구성과 진행 방식의 보완 등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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