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무명 「1318」댄스그룹들

  • 입력 1997년 9월 9일 07시 57분


『나도 스타가 될 수 있어』 잘 나가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1318. 힘들 때면 하루에도 몇차례나 다짐하는 「자기최면」이다. 스타를 꿈꾸는 1318중 연기학원이나 프로모터사무실에서 정식으로 스타의 길을 걸어가는 1318은 드물다. 「실력이 모자란다」는 일방적인 판정에 따라 꿈을 펼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지망생들이 훨씬 더 많다. 주말인 지난 6일 밤 서울 강남의 한 단란주점. 10대 댄스팀이 현란한 조명아래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이렇게 미친 듯 몸을 흔들어 대는 10대 댄스팀에게 밤무대를 제공하는 업소는 서울에만 최소 40개. 10대 댄스팀 가운데에는 「실력」이 아닌 「돈」때문에 인정을 못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상당수다. 일부 연기학원이나 프로모터사무실에서는 수강료 말고도 의상비나 섭외비 등 요구하는 돈이 한두푼이 아니기 때문. 결국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데…. 『가난하게 보이면 초장부터 꺼려요』 돈이 없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타 지망생들의 한결같은 불만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영철이가 바로 이 경우. 『춤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벤트 사무실에 찾아갔더니 노래 못해서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돈을 내면 다닐 수 있다고 했어요』 영철이는 『누군 처음부터 유명했나. 박진영이도 처음엔 백댄서로 시작했잖아』라며 스스로 돈을 벌어 댄스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곧바로 미희와 진남이를 끌어들여 댄스팀을 만들었다. 이들의 해법은 간단하다. 연예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 「꿈같은 발탁」을 바라는 것. 그래서 찾아간 곳이 강남의 가라오케. 『월급도 필요없고 그냥 우리들이 구성한 춤만 추면 된다』는 영철이의 열의에 주인아저씨가 취직아닌 취직을 시켜주었다. 손님들앞에서 무작정 자신들이 연습한 댄스를 한바탕 보여주는 게 하는 일의 전부. 아직 자신들을 키워주겠다는 「구세주」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손님들이 가끔 주는 수고료로 연습실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서울 세종로 주변의 한 단란주점. 이곳에도 댄스스타를 꿈꾸는 지망생이 있다. 지훈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모가수의 백댄서후보가 되었다. 그런데 연습만 죽어라 시키고 월급은커녕 방송출연 한번 하지 못했다. 『제 춤은요,엉성한 쿨이나 귀엽기만한 유피의 춤과는 달라요. 그런데 그런 춤만 따라하라는 거예요. 화가 났지요』 지훈이는 영철이처럼 「발탁」을 꿈꾸지 않는다. 이미 기성세계의 물을 먹어봐서인지 모른다. 무작정 좋아서 춤을 출 뿐. 언젠가는 풀리겠지하는 기대감도 점점 엷어진다. 「스타탄생」의 길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일까. 그렇다면 이들은 왜 어려운 스타를 꿈꾸는 것일까. 스타가 되면 과연 행복할까. 〈전 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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