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들이 안방을 달린다…KBS 새 미니시리즈 「질주」

  • 입력 1997년 8월 27일 07시 39분


「질주」남녀주인공
「질주」남녀주인공
거칠게 질주하는 야생마들이 안방으로 달려온다. 다음달 1일부터 방송될 KBS 2TV의 새 미니시리즈 「질주」는 말의 일생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애증을 다룬 12부작 드라마. 26일 종영된 「스타」의 뒤를 이어 매주 월화요일 밤 9시50분에 전파를 탄다. 「질투」 「애인」 등을 쓴 인기작가 최연지씨가 극본을 맡고 「사건 25시」 「역사에의 초대―임진왜란」 등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임기준PD가 메가폰을 잡았다. 「질주」의 중심인물은 마치 고행하는 수도자처럼 스스로를 혹독하게 단련시키며 목숨을 걸고 전력 질주해야 하는 기수(騎手). 탤런트 김정현이 기수인 김정우 역을 맡았다. 김정현은 드라마를 위해 말 위에서 몸을 약간 들고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승마 실력을 닦았다. 또 탤런트 김규리 옥소리 이효정 변희봉 김광필 등이 각각 마주 조교사 종마관리인 등 말과 관련된 역을 맡아 출연한다. 「질주」에 동원되는 말은 마사회를 통해 빌린 야생마 30마리와 경주마 11마리. 임PD는 『야생마들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경주마는 한 번 달리면 몸무게가 6∼8㎏ 줄어들어 한 달가량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마주들이 촬영용으로 말을 내놓으려 하지 않아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질주」에 등장하는 말 가운데 주연급은 주인공 김정우의 경주마인 「초롱이」. 한때 날렸던 경주마 「수로」에게서 태어난 초롱이는 경주마로 훈련받던 중 다리를 다쳐 일단 퇴역하지만 결국 재기에 성공하고 종마가 된다. 「질주」에서는 초롱이의 출생과 성장, 부상과 재기의 과정이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펼쳐지기 때문에 사실상 드라마의 한 기둥을 이룬다. 실제 촬영에서는 초롱이의 출생에서부터 은퇴의 전 과정을 한 마리의 말로 찍기 어려워 갈기의 색이 비슷한 말 10여 마리가 번갈아 출연했다. 「질주」에서 말들의 「연기」는 사람보다 더 극적이다. 경주마 초롱이가 한 살에 젖을 떼고 엄마인 수로와 헤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의 이야기. 수로역은 아직 젖을 안 뗀 새끼 말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돌보던 실제 엄마 말이 맡았다. 헤어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새끼 말을 몰래 감춘 뒤 카메라를 들이대자 사람보다 더 격렬하게 울부짖고 몸부림치며 새끼 말을 찾는 바람에 서둘러 촬영을 끝내야 했다고. 「질주」의 제작진은 요즘 경기 원당의 말 목장에 마굿간 등의 세트를 짓고 과천경마장과 원당을 오가며 촬영하고 있다. 임PD는 『말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고향으로의 회귀 과정을 자연의 순환으로 빗대고 말과 인간의 교감, 말이 매개가 되어 이뤄지는 사랑, 전력투구하는 삶의 아름다움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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