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추적」,카메라로 훔쳐본 전자카지노 실태

  • 입력 1997년 8월 25일 20시 17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한 호텔 카지노의 한국인 마케팅 책임자인 최로라의 「외상장부」가 일부 부유층과 연예가를 뒤흔들고 있다. 「최로라 리스트」 공포증 때문이다. SBS TV 「뉴스 추적」(밤 11.45)은 26일 최근 「도박수사」에 때맞춰 일반인이 쉽게 빠져들어 재산을 탕진하는 전자카지노 실태를 추적한다. 전직 공무원 출신인 김모씨(47·경기 성남시 분당). 그는 자살을 두번 시도했다. 전자카지노에 빠져 2억원을 잃고 집까지 팔았다. 처음 재미삼아 시작했지만 요즘은 하루 몇십만원씩 잃었다. 이제 전자카지노의 기계음이 환청으로 울리고 잠을 못이룰 정도라고 이 프로에서 고백한다. 전자카지노는 출입제한이 없고 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씨같은 도박중독자를 수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일단 업소에 들어서면 뽀빠이, 쿼터 호스, 그랜드 조니포커, 전자식 슬롯머신 등 각종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전오락」인 슬롯머신으로 가볍게 시작된 이 게임들은 이제 동전 넣고 당기면 동전이 쏟아지는 재래식이 아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점수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을 잃는 속도가 빨라졌고 승률조작으로 하룻밤에 수십 수백만원을 주머니에서 털어간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휘버 포커, 고스톱, 경마2 등 고액배당을 유혹하는 밀실의 전자카지노. 이곳에서는 베팅의 단위가 올라가면서 수백만원씩 잃기도 한다. 전자카지노의 한 관계자는 『일반 손님이 돈을 따는 것은 「하늘에서 별따기」』라고 이 프로에서 고백한다. 기계의 승률을 조작해 놓았으며 승률이 높은 기계에는 업소 사람을 배치하는 등 철저한 관리로 「확률경쟁」 자체가 불공정하기 때문. 전자카지노의 밀실 운영과 승률 조작 실태가 화면에 담겨 있다. 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전자카지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조직폭력배와 비호경찰관 등 「블랙 트라이앵글」을 살펴본다. 제작진은 1개월에 걸친 취재 기간 중 10여 차례 비밀 카메라를 사용하다 업소측에 발각돼 「도주」해야 했다. 또 밀실 전자카지노에 입장하기 위해 「눈도장」을 찍느라 쓴 「제작비」도 1주일에 1백40만원. 한 때 대기업의 엘리트 사원이었지만 현재 건물의 청원경비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35·서울 신림동)는 『전자카지노 때문에 직장을 잃었고 도박병을 끊기 위해 원양어선까지 탔었다』면서 『그러나 도박중독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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