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아마조네스 군단 『바람』…음반계 바람몰이 주목

  • 입력 1997년 8월 1일 07시 50분


대중 음악계에 여성으로만 구성된 「걸 그룹」시대가 열리고 있다. 80년대 초반 「희자매」이후 별다른 흔적이 없었던 여성 그룹 바람이 새로이 불고 있는 것. 「걸 그룹」 바람은 「오빠부대」가 아닌 「언니부대」를 불러 모으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대중음악계에 돌파구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음반을 내놓은 「걸 그룹」은 「이뉴」 「수」 「몰리」 등. 이밖에도 음반을 준비 중인 「비비」 「에코」 등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가요계의 가장 큰 특징은 아마조네스 군단의 경연이 될 듯하다. 「이뉴」는 리듬앤블루스곡 「독립선언」으로 시선을 집중시킨 그룹. 미국교포출신 이아영 현영 자매와 뮤지컬 배우 출신 이진경이 모인 「이뉴」의 매력은 도회적 감각의 여성미와 관능미다. 또 청순미와 섹시함을 고루 갖춘데다 각각 다른 색깔의 「삼색 보컬」이 자아내는 화음도 만만치 않은 매력이다. 그룹 이름은 「새로운 감각」이란 뜻을 살린 조어로 깔끔한 충격파를 던지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 「수」에는 모델 출신의 이주현 박지원이 모였다. 1m70이 넘는 늘씬한 두 미녀가 연출하는 무대는 볼거리도 일품. 그러나 이들은 『보컬 화음만큼은 장담한다』며 「오해」의 시선을 경계한다. 데뷔곡 「섬데이」는 보사노바 리듬과 클래식의 선율을 바탕으로 꿈꾸는 듯한 분위기의 발라드. 여기에 섹시한 콧소리가 섞여 있다. 「수」는 그러나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재킷 사진이 여성의 동성애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기존 음반을 팔 수 없게 돼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처지. 「몰리」는 지난해 테크노댄스곡 「변신」을 발표했으나 큰 반응을 못얻었던 그룹. 모델 출신 김수민 진명아로 출발했던 이 그룹은 최근 캐나다 교포 제니퍼를 보강했다. 머리곡 「몰라」는 흥겨운 리듬의 로큰롤. 짜증나는 일상에서 벗어나 음악과 자연에 몸을 던지자며 휴가철을 겨냥했다. 「몰리」의 특징은 남성가수 못지 않은 파워와 부드러움의 조화. 수록곡 가운데 강렬한 사운드의 록 「숨이 차」 등이 「몰리」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걸 그룹」의 무기는 「여성」이 담긴 보컬 화음을 비롯해 몸매와 무대동작에서 우러나는 성적 매력이다. 또 이성에게는 호기심을, 동성에게는 친화력을 자극하는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의 「걸 그룹」 바람은 「여가수는 안된다」는 속설이 지난해부터 깨지기 시작한데다 드라마 「신데렐라」 등으로 「여성」이 대중문화계의 화두가 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있다. 또 올해 팝계를 휩쓴 영국의 5인조 그룹 「스파이스 걸스」의 성공에도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 그룹 바람은 유행에 편승한 「상품」의 범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결국 「걸 그룹」은 대중의 「검증 고시」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 놓고 있는 셈이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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