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게임」1백회 방영…「치고 받기」없는 고급연기 한몫

  • 입력 1997년 4월 26일 08시 16분


콸 콸 물소리가 들려오는 23일 오후 경기 용인 민속촌 물레방앗간. 개그맨 김국진이 익살맞은 모습으로 극중 구본승과 장진영의 밀어를 엿듣고 있다. 인기척을 내어 들키자 김국진은 야옹 야옹 고양이 소리로 위기를 모면한다. 매주 새로운 테마를 정해 두개의 짧은 코미디단막극과 토크쇼를 곁들인 형식의 MBC 「테마게임」이 5월3일 1백회를 맞이한다. 이날 녹화된 내용은 1백회의 「1백」을 소재한 「1백년간의 사랑」. 영화 「은행나무 침대」를 패러디했다. 머슴과 주인집 아가씨의 못다 이룬 사랑이 이승을 건너뛰어 1백년후에 맺어진다는 내용. 김국진은 두 사람의 훼방꾼으로 등장한다. 『매주 토요일밤이면 꼭 시청합니다. 자연스럽게 웃기는 점이 좋습니다』 청주에서 가족과 함께 민속촌에 들렀다는 연화흠씨(38)는 『코미디프로는 과장되고 소란스런 웃음으로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테마게임」은 다르다』고 평했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주부 한성옥씨(36)도 『아이들이 저질 코미디프로를 흉내내는 경우가 많아 못보게 하는데 「테마게임」은 예외』라고 동의했다. 이같은 시청자반응은 「테마게임」 제작진에게는 의미있는 성공으로 받아들여진다. 출범당시 가족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하는 시트콤형식과도 다르고 일반드라마와도 다르며 코미디극과도 다른 「테마게임」의 실험적인 기법에 대해 우려도 많았기 때문. 그러나 「테마게임」은 지난해 집필자 문선희씨(30)에게 MBC 코미디대상 작가상을 안겨주고 국내 10여개 코미디프로중 드물게 시청률 10위안을 드나드는 등 효자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웃길 때는 웃기고 웃기지 않아도 될 때는 차분히 연기합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국진은 치고받고 넘어지거나 성적인 비속어를 남발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고급웃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 「테마게임」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테마」를 통한 탄탄한 구성요건 덕분이라는 것이 자체평가. 물론 심각한 주제를 희화화하는 주인공들의 재주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방영된 「슈퍼맨의 비애」 등이 표절시비로 휘말린 데서 나타나듯이 「테마게임」은 소재고갈에 힘겨워하고 있다. 연기자들의 연기스타일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단어를 주제로 삼아온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넓히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국내 코미디〓저질」이라는 등식을 깨나가는 테마게임의 실험이 주목된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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