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의 궁중 파워게임을 다루고 있는 KBS 1TV의 대하사극 「용의 눈물」(주말 밤9.45)은 시대와 체제는 다르지만 대권(大權)경쟁으로 달아오르는 현실정치와 곧잘 비교된다. 정도전 이숙번 등 주요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도 무릎을 칠만큼 의미깊고 절묘하다.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씨(47)는 조선왕조실록을 텍스트로 「대동야승」 「연려실기술」 등 야사와 정도전의 삼봉집, 권근의 양촌집 등 개인문집을 살피고 활용하는 노력파다. 『역사적 사실 자체는 움직일 수 없지만 그 테두리 내의 해석은 작가의 몫』이라는 그는 『현재 정치의 단면이 아무래도 드라마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쓴 대사를 통해 오늘의 상황을 읽어보면….
▼ 정치처세론
『법에는 사사로운 정이 없는 법이다. 법을 어기어 죄를 물을 경우 그 신분이 높을수록 먼저 묻는 법이오』(정도전)
『양이 음이 되고 음이 양이 되는 것이 만물의 이치일진대 어찌 영원함을 말합니까. 정치는 실리오이다. 굽힐 때는 굽혀야지요』(하륜)
▼ 대세론
『대세를 만들려면 먼저 능력있는 인재를 골라 적재적소에 배치해 세의 핵심을 조성해야 할 것이네』(하륜)
『군왕은 하늘이 내리는 것입니다. 하늘의 뜻은 결국 백성들의 열망인 바 백성의 신망이 두터워야 군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이숙번)
『중전이 죽으면 수세에만 몰리던 형국이,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미세한 계가바둑이 되지요. 이때는 악수를 두지 않는 쪽이 승자가 됩니다』(하륜)
▼ 인물론
『시문과 경학에 으뜸인 권근은 책방서생이요, 경세에 밝은 조준은 지략이 부족하니 아둔한 여포같고, 학문과 지략에 능통한 하륜대감은 그릇이 작아 모사는 돼도 천하를 경영할 인물은 아니오』(이숙번)
『참으로 난국 중에 난국이다. 두마리 용이 뒤엉켜 천하를 다투는구나. 왕권주의냐 신권주의냐. 이상은 삼봉이 높고도 옳지만 시운이 따르지를 않아』(이숙번)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