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주말극「파랑새는…」,26일부터 잔잔한 연기승부

  • 입력 1997년 4월 8일 08시 27분


드라마의 성공을 보장하는 인기 스타도 없다. 화려한 직업의 주인공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자극하는 요즘 드라마의 흐름과도 한참 다르다. 오는 26일부터 방영될 KBS 새 주말연속극 「파랑새는 있다」는 스타와 현란한 화면에 기대지 않고 서민들의 잡초같은 삶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고 나섰다. 「서울의 달」 「옥이이모」의 작가인 김운경씨가 극본을 쓰고 「젊은이의 양지」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다」로 감각적 영상을 자랑하는 전산PD가 손을 맞잡았다. 「파랑새…」의 등장인물은 차력사, 떠돌이 창녀, 3류 무명가수 등 사회 밑바닥의 인간들이다.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여전히 무엇인가를 좇는 이들의 삶을 통해 행복의 파랑새는 먼 곳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작가 김씨의 말이다. 차력사인 주인공 병달 역에는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인 「초보 탤런트」 이상인이 뽑혔다. 순박하면서도 허황된 꿈만 좇는 인물이다. 『스타성보다 배역의 성격에 맞는 인물을 선정하다 보니 투박하고 무술에도 능한 이씨가 병달의 이미지와 가장 근접했다』고 전PD는 설명했다. 석달동안 차력과 무술지도를 받아온 이씨는 지난달 북한산에서 등산객들을 모아놓고 손으로 못박기 돌깨기 등 차력 시범을 보이는 실전 테스트를 치러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여자 주인공인 떠돌이 창녀역에는 영화배우 정선경이 캐스팅됐다. 제작진은 당초 이 역할에도 신인을 선정했지만 믿을만한 배우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 정선경을 최종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맡아온 화려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또 영화에서 단역전문배우로 이름난 명계남이 차력단 사업부장 역으로 TV에 첫출연한다. 이밖에 백윤식 김성환 김수미 이미지 강수지 등이 이들의 연기를 받쳐줄 예정. TV드라마의 최대 격전지인 주말극에서 스타성과 카메라의 현란한 움직임을 배제한 이 드라마가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상식 드라마제작국장은 『배우의 상품성에 의존하는 눈요깃거리가 아닌 진솔하고 친근한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며 『서민들의 삶으로 눈을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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