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행복은…」,위기의 중년남자들 이야기

  • 입력 1997년 3월 21일 08시 14분


[신연수 기자] 한 중년 남자가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차를 몰아 자살한다. 그는 부도난 건설회사의 사장. 『나는 정말 공들여 오늘을 이룩했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부끄럽지만 때로는 불의와 타협도 하면서. 그 결론이 이거란 말인가. 억울하다』 이처럼 충격적 장면으로 시작한 SBS 일일드라마 「행복은 우리 가슴에」(월∼금 밤8.25)는 위기의 중년 남자들 이야기를 「평범하게」 다루는 프로다. 회사가 부도 합병되는 바람에 퇴직한 태수(이영하)와 명직(남성훈). 일찌감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정육점을 시작해 알부자가 된 수완(현석). 승진가도를 달리지만 집안 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승진(한진희). 이 네 가장을 중심으로 현대 가족들이 마주하는 삶과 행복의 변주곡을 그리고 있다. 「이 남자가 사는 법」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 등으로 높은 시청률과 함께 파행적 내용이라는 비판도 받았던 작가 서영명은 「행복은 우리 가슴에」로 『달라졌다』는 내외의 평을 받고 있다. 14회가 넘도록 그의 단골주제였던 삼각관계나 불륜이 등장하지 않은 것. 아내의 친구와 옛애인 관계인 남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고교동창인 집안(이 여자가 사는 법),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처녀와 결혼하는 중년 남자(부자유친) 등 비정상적 내용으로 비난받았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행복은 우리 가슴에」는 퇴직한 가장을 둔 가정들의 갈등을 진지하게 그려왔다. 성우 조명남이 하는 내레이션 『여보게 친구들 왜들 그러나』는 벌써 10대들의 학교 교실에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영명씨는 내용을 희화화하고 시청자들이 느낄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레이션마저 대폭 줄이기로 했다. 시청률을 생각해 차라리 옛날로 돌아가자는 유혹도 받지만 이번 만큼은 「메시지와 인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좇아보겠다는 것. 다음주부터는 명예퇴직의 충격에서 벗어나 본격적 사건들이 전개된다. 작가가 말하는 시청 초점은 다음과 같다. △한진희의 가정은 50대 부모와 20대 자녀의 갈등이 초점 △이영하의 가정은 노모의 지나친 사랑이 아들의 인생을 엉뚱한 길로 끌고 간 것이 문제 △현석의 가족은 장모를 모시고 살면서 끊임없이 분란이 일어나고 △송승환과 양미경 가족은 경제력을 가진 아내와 살림하는 남편의 갈등이 주가 될 예정. 일상의 대화로 30분안에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겨야 하는 일일드라마의 마력이 언제쯤 발휘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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