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용의 눈물」,현정국과 맞물려 매일 재미

  • 입력 1997년 1월 9일 20시 49분


「權基太기자」 KBS가 지난해말부터 방송하고 있는 새 역사드라마 「용의 눈물」이 현재 우리의 정치상황과 맞물려지면서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어렵게 새왕조를 세운 이성계의 후계 문제를 둘러싼 왕자들간의 암투와 중신들의 갈등이 차기 대권을 둘러싸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우리 정치판도와 겹쳐지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9룡」에 비견될 인물들은 태조(김무생 분)의 둘째 아들 방과부터 막내 방석까지 아들 「6방」이다(맏이 방우는 왕위에 뜻이 없다). 「6방」 가운데서도 훗날 각각 정종 태종이 될 방과(태민영 분)방원(유동근 분), 왕위 계승에 야심을 품고 있는 방간(김주영 분), 이들과는 배다른 아우로 세자에 책봉된 방석(양희석 분)이 「주요 4방」. 이같은 구도는 각각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권을 차지하지만 정치적 기반은 없는 인사 △절치부심 끝에 대통령직에 오르는 권력형 실세 △대통령의 낙점을 고대하는 특정계파 인사 △대통령의 낙점은 받았으나 대권을 쟁취하지 못하는 비운의 후보 등으로 유추해석될 만하다. 「용의 눈물」에는 또 이른바 오늘날의 「킹메이커」에 비견될 만한 인물이 등장한다. 개국공신의 핵심중 한사람인 정도전(김흥기 분)이다. 그는 방원을 견제하려는 태조의 두번째 부인 강씨(김영란 분)와 이해관계가 맞아 그녀 소생의 막내 아들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또한 정도전은 왕은 명분상으로 존재하며 실제 정치는 중신들이 하는 입헌군주제의 수상과 같은 「사실상의 대권」을 노린다. 이처럼 자천타천의 킹메이커이면서도 대권을 겨냥하는 정도전은 현재 여권의 「킹 메이커」를 자처하는 인사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방영분에서 이방원은 정도전의 견제로 왕권 각축에서 미끄러진 나머지 크게 실의, 자포자기하고 있으나 그를 따르는 측근들은 『야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며 보스의 권토중래를 채찍질하고 있다. KBS 윤흥식 책임프로듀서는 『이 작품의 제작방향 중에는 「역사의 거울 속에 오늘을 비춰본다」는 생각도 있었다』면서 『딱히 지금 대권경쟁과 비유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왕위 옹립을 둘러싼 인간군상의 모습들은 지금 정치판도와 흡사한 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1백4회 방영을 계획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월탄 박종화의 「세종대왕」을 원작으로 했으나 조선왕조 개국 이후 왕위를 둘러싼 권력투쟁 부분을 첨가,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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