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타이어 레시피’로 개발기간 50% 줄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24일 00시 30분


한국타이어 연구소 가보니
“실물 아닌 ‘버추얼 타이어’ 제출”… 완성차 제조사 요구에 시스템 구축
AI, 주행 데이터로 개선 사항 제시… 가상 타이어 제조→실물로 시험

최근 대전 유성구 한국타이어 한국테크노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실에서 본보 기자가 가상 타이어 시뮬레이션용 레이싱 카를 주행하는 모습. 짧은 주행이었음에도 가상 타이어의 노면 접지력, 마모 정도 등 타이어 성능과 관련된 항목들이 체크됐다. 한국타이어 제공
최근 대전 유성구 한국타이어 한국테크노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실에서 본보 기자가 가상 타이어 시뮬레이션용 레이싱 카를 주행하는 모습. 짧은 주행이었음에도 가상 타이어의 노면 접지력, 마모 정도 등 타이어 성능과 관련된 항목들이 체크됐다. 한국타이어 제공
“제자리에서 그냥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는 것 같겠지만, 페달을 밟는 강도부터 모든 데이터가 저장되고 있습니다.”

최근 방문한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타이어 연구소인 ‘한국테크노돔’ 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실. 멈춰 있는 레이싱 카에서 파노라마 형태 대형 스크린을 앞에 두고 최대 시속 약 300km로 가상 주행을 체험했다. 단 몇 분의 주행이었음에도 바로 옆 연구원의 컴퓨터에 수 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가 쌓였다. 드라이빙에 적용된 ‘가상 타이어’의 노면 접지력, 마모 정도 등 타이어 성능과 관련된 세세한 항목들이 체크된 것.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성능을 결정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차) 시대 완성차 제조사들은 타이어 업체에 개발 기간 단축과 빠른 전략 수정을 위해 이 같은 ‘버추얼 타이어’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실물 타이어를 먼저 만들고 시험기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모델을 사후 구축하는 식이었지만, 이젠 그 정반대가 된 셈이다.

● ‘AI 레시피’로 타이어 개발 기간 50% 줄여


국내 타이어 업계에서도 ‘버추얼 타이어’ 테스트 체계가 자리 잡아, 금호타이어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가상 타이어를 모델링하고 성능을 예측하는 체계를 2024년부터 가동해 오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15년부터 AI 활용 모델링에 관심을 갖고 수백만 개의 타이어를 데이터화했다. 이후 가상 개발 시스템을 수년 전 잇달아 구축했다.

우선 최적의 ‘타이어 반죽’부터 AI로 찾는다. 일종의 타이어 레시피 가이드인 ‘버추얼 콤파운드 디자인(VCD)’은 한국타이어가 2021년부터 써온 자체 개발 툴이다. 핵심 소재인 합성고무 등 함량을 조절하고 특정 패턴, 형상 등을 선택하면 내마모, 연료소비효율, 소음 등 50여 가지 성능지표를 단숨에 분석해 준다. 원래는 실물 타이어를 제작하고 시험기로 테스트를 해 수십 일이 지나야 알 수 있던 결과다. 실제로 이날 툴에서 ‘예측하기’ 버튼을 누르자 10여 초 만에 결과가 나왔고, AI는 1분 만에 개선 사항 등도 제시했다.

한국타이어는 이 툴로 연간 수십만 건의 예측 결과를 내고 있다. 사용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최효원 AI기술연구팀 선임연구원은 “길게는 2년이 걸리는 타이어 개발 기간이 최대 50% 단축됐다”며 “이 예측 결과를 타이어 배합(콤파운드)을 실제로 하는 팀에 넘기면 이후 보완 개발이 이뤄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 “수년 내 시험 생략하고 가상 검증 후 양산 직행”

이렇게 설계된 타이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가상 제조 시스템(VMS)’이 미리 판단한다. 타이어 제조를 붕어빵 만드는 일로 빗대자면 제조 과정에서 팥이 빠져나오진 않는지, 특정 부분만 반죽이 얇아지진 않는지 등을 예측해 보는 셈이다. 박동진 해석기술연구팀 수석연구원은 “압력으로 밀림이 일어나 특정 부분에 ‘타이어 반죽’이 부족해지는 불량은 20∼30% 감소했다”고 했다.

이후엔 실물 타이어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을 진행한다. 한국타이어는 향후 수년 안에 이 시험 단계도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김성호 연구개발혁신본부 전무는 “VMS로 완전 검증 시험을 생략하고 양산으로 바로 넘어가려 한다”고 했다. 김 전무는 “그 동안은 만들 수 없었던 기술력의 타이어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볼링공 모양의 볼핀 타이어를 만들 정도”라며 미래 먹거리 개발에도 가상 제조 방식이 요긴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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