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의 유해성은 종(種) 간 차이, 개체 간 차이, 그리고 노출 경로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대표적 사례로 국제암연구소가 제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아플라톡신을 들 수 있다. 아플라톡신은 쥐(Rat)에서는 극히 적은 양의 단회 투여만으로도 간암을 유발하지만, 생쥐(Mouse)에서는 반복적이고 상대적으로 높은 노출에도 간암이 잘 유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와 생쥐는 유전적 유사성이 90% 이상임에도 이처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극히 일부의 유전자 배열 차이만으로도 생물학적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대표적 사례다. 당시 물질들은 카펫 살균제 등 다른 용도로 신고되거나 허가된 화학물질이었으나, 실제로는 ‘인체 흡입’이라는 전혀 다른 경로로 사용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흡입 독성 자료의 부재와 폐를 통한 반복 노출의 위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결과였다.
흡입은 화학물질 노출 경로 중 가장 직접적이고 위험한 방식이다. 폐를 통해 유입된 물질은 빠르게 전신으로 확산되며, 반복·지속 노출 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흡입 물질에 대한 규제 원칙은 아직 충분히 엄격하게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
담배는 가장 전형적인 흡입 독성 물질이다. 궐련 담배의 유해성은 이미 충분히 입증돼 있으며, 최근 확산된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연소가 아닌 증기’라는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화학물질을 반복적으로 흡입하는 구조다. 따라서 사전 안전성 검증은 필수적이다.
최근 담배사업법 개정 과정에서 논란이 된 ‘유사니코틴’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으로 유사니코틴은 명확히 정의된 용어가 아니다. 다만 환경부 관계 법령상 유해성 자료가 축적된 기존 화학물질인 니코틴과 달리 별도의 카스(CAS) 번호를 가진 신규 화학물질로 이해된다. 화학물질은 기본적으로 CAS 번호 체계로 식별되므로, CAS 번호가 다르다는 것은 화학적으로 구별되는 별개의 물질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니코틴’과 ‘RS니코틴’을 동일한 물질로 간주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화학물질 식별 체계와 독성 평가 원칙에 비춰볼 때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있다. RS니코틴은 CAS 번호, 입체화학적 구성, 제조 경로 및 생물학적 특성에서 단일 이성질체인 니코틴과 구별되는 물질이다. 독성 또한 기존 니코틴 자료로 단순 대체할 수 없어 별도의 유해성 검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행 신규 화학물질 등록 및 유해성 심사 제도가 이러한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연간 1t 미만 신규 화학물질의 경우 흡입 독성 평가 없이 신고만으로 유통이 가능해지는 구조는 인체 흡입 제품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실제 일부 유사니코틴에서 연초 알칼로이드 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관련 물질에 대한 보다 엄격한 사전 검증 필요성을 시사한다.
인체 흡입용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사전 흡입 독성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실제 유통 제품과 자료의 동일성까지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반복적으로 흡입하게 될 물질이라면 최소한 그 정체성, 원료, 불순물, 장기 독성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흡입 화학물질 규제는 단순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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