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스피가 ‘블랙 먼데이’를 맞이하고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이 하락한 것은 투기성 거래로 최근 크게 오른 금, 은 등 귀금속 가격이 하락하고, 달러 강세로 외국인투자가들이 대거 매도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지명된 뒤 기준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귀금속 가격이 먼저 하락했고,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이어졌다.
증권가에선 차기 연준 통화 정책 방향성이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만큼 단기적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온 만큼 조정 국면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코스피서 외국인-기관 순매도
2일 오후 서울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종가(오후 3시 반 기준)가 표시돼 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영향으로 이날 코스피가 5% 넘게 하락하면서 5,000 선이 무너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26% 하락한 4,949.6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5% 이상 하락한 것은 지난해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 발표 영향으로 5.57% 하락한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국내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이 2조5168억 원, 기관은 2조2127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해 코스피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4조5861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맞섰다. 이날 개인 순매수 금액은 코스피 사상 최대 규모다.
주식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을 포함한 코스피 시가총액 10위 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4.44% 하락하며 1,100 선이 깨졌다.
주식시장 하락은 외환시장에 즉각 영향을 줘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코스피가 5% 이상 떨어지며 ‘달러 사자’ 심리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24.8원 오른 1464.3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 반 종료)를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 대만 자취안지수, 일본 닛케이225 등 아시아 주요국 지수도 일제히 내렸다. 금, 은 선물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며 강제청산 우려가 발생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선물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일종의 보증금인 증거금을 인상하자 증거금을 확보하지 못해 강제청산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이에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려 자산을 대거 매각한 것이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1일 “몇 주간 중국 투기 세력이 금, 은을 대량 매수하며 상승세를 과열시킨 뒤 가격 폭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짚었다. 다만 춘제(春節·중국 설)를 앞두고 귀금속을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가 시장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코스피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이 단기적인 조정 흐름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 만큼 하락 추세가 오래 이어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 “단기에 급등한 국내 증시, 하락 길어질 수도”
시장에선 ‘블랙 먼데이’를 맞이한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의 하락률(―5.26%)이 중국(―2.48%), 홍콩(―2.32%), 대만(―1.37%), 일본(―1.25%) 등과 비교해 가장 컸던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비용 증가 우려로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하락 마감하는 등 ‘AI 거품론’이 재차 제기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변수다. 미국 빅테크의 AI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반도체 수요가 줄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전반적으로 단기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수요도 높다”며 “투자자의 매도세가 앞으로 더 확대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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