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금리 치솟자…작년 서울 청년안심주택 1316채 공급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1일 15시 15분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건설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청년안심주택) 건설현장의 모습. / 뉴스1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건설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청년안심주택) 건설현장의 모습. / 뉴스1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직업전문학교 땅. 이곳은 원래 299채 규모 청년안심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땅을 보유하고 있던 시행사가 지난해 6월 의료기기 제조·유통 회사에 매각해 현재는 요양병원으로 개발 중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청년 대상 임대주택보다 주위 2차·3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이 더 수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시 임대주택 사업인 청년안심주택 1300여 채 공급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 구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치솟으며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고금리로 사업환경이 달라진 만큼 민간이 공적주택의 공급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안심주택(옛 역세권 청년주택 포함) 7곳에서 1316채 규모 공급 계획이 해제됐다. 2024년 한 해에 준공된 물량(3709채)의 35.5%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량진역(299채) △미아사거리역(247채) △중랑역(211채) △장한평역(186채) △보문역(142채) △거여역(133채) △교대역(98채) 등이 있다. 신규 인허가 현장은 한 곳도 없었다.

청년안심주택은 통학과 출근이 용이한 역세권 인근에 19~39세 무주택자인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최소 10년간 운영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초기 임대료는 시세보다 5% 낮고 계약갱신요구권, 임대차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사업이 해제된 7곳 중 5곳은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사업을 취소했다. 나머지 2곳은 인허가를 받은 후 5년 동안 착공하지 않아 국토계획법에 따라 자동 해제됐다.

청년안심주택이 부동산 PF 대출 금리 인상, 공사비·인건비 인상이 맞물리면서 고사(枯死)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월세가 시세보다 낮아 세입자들은 선호하지만, 사업자는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 사업비를 회수하려면 10년 의무임대 후 매각 차익이 발생할 때까지 버텨야 하지만 최근 PF 이자가 급등하며 이자만 내기도 벅찬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에는 ‘용적률 특혜’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던 청년안심주택이 현재는 시장에서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이처럼 사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이미 착공에 들어간 현장도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03채 규모 장한평역 청년안심주택은 2022년 2월 착공했지만 준공 예정 시기를 5년 뒤인 2027년 12월로 내다보고 있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2024년 3월 현장 공사를 중단해 약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다른 현장에서는 시행사가 자금난으로 갚지 못한 채무를 시공사가 떠안아 대신 준공한 사례도 있다. 임종윤 청년안심주택협회 부회장은 “시공사가 미리 투입한 공사비를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일부러 준공을 늦추기도 한다”며 “과거에는 공사비 대신 상가를 받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상가 분양도 잘 되지 않아 이마저도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업환경이 변화한 만큼 기존 청년안심주택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도시기금 같은 공적 지원을 늘리고 민간 사업자가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임대료 규제, 종합부동산세 규정 등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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