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다였던 2019년(1750만 명)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역대급 수치다. 2025년 10월까지 1582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연간 누적 외국인 관광객은 187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에서는 3.3㎡당 4억4100만 원,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서는 3.3㎡당 3억9800만 원짜리 ‘꼬마 빌딩’ 거래가 나왔다. 대부분의 동네 상권은 무너지고 있는데 소수의 상권은 폭발적인 활성화와 가격 상승을 나타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소비 방식은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했고 리테일 상권은 이미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매출은 줄어드는 악순환 속에서 과거 잘나가던 상권들마저 ‘임대 문의’ 팻말을 붙이는 것이 대다수 상권이 처한 현실이다.
구원 투수: K문화가 만든 ‘체험형 소비’
암울했던 상권의 운명을 뒤집은 것은 외국인 관광객과 그들이 몰고 온 K문화 체험 열풍이다. 과거 외국인들은 면세점이나 동대문에서 명품이나 화장품을 대량으로 ‘쇼핑’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한국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한국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해보고, 유행하는 K패션을 입어보고, 한국인의 일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에 돈을 쓰고 있다. ‘사는 소비’에서 ‘경험하는 소비’로 대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K문화의 글로벌 파급력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반영된 곳이 성수동과 도산공원이다. 성수동 연무장길은 2024년 승강기도 없고 노후된 건물이 3.3㎡당 2억5000만 원대에 거래됐는데 2025년에는 3.3㎡당 무려 3억5000만 원대 거래가 속출하며 1년 만에 약 40%라는 어마어마한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도산공원과 성수동의 신축 건물들은 3.3㎡당 4억 원을 넘어 거래가 성사되면서 ‘3.3㎡당 4억 원 상방’이 이미 열렸다. 이 지역 빌딩의 가치에는 ‘체험, 문화, 공간 경험’이라는 무형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2025년이 K문화 ‘접근성’에 투자하는 시대였다면 2026년부터는 ‘경험의 질’과 ‘물리적 쾌적함’이 투자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상권에서 장시간 머무르며 소비하는 글로벌 팬덤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보행자 중심의 쾌적한 동선과 잘 정비된 편리한 보행길 등 공간이 주는 편의성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관광객을 유인하는 힘(K문화 파워)이 있고 장시간 붙잡아 두고 소비를 유도하며 체류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곳이 바로 ‘넥스트 도산, 넥스트 성수’가 될 것이다. 도산과 성수에서 시작된 3.3㎡당 4억 원의 가격 혁명은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화폐가치 하락을 반영한 우리 사회 상업용 부동산 가치의 구조적 재편을 알리는 명확한 신호탄이다. 이 새로운 ‘가치의 지도’를 따라 문화 흐름을 읽고 움직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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