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의 비위 의혹 2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3억 원이 넘는 공금을 들여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임직원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준 사실이 특별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성희롱을 저지른 조합장에 약한 징계를 부과하거나 임원들에게 전별금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8일 농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뇌물수수 의혹 등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자 농식품부는 지난해 11~12월 4주간 농협의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11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은 진짜 문제”라며 철저한 감사를 지시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발생한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 사건에 대한 변호사비 지급 의혹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2건은 법 위반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이달 5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농협중앙회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건에 3억2000만 원 상당의 공금을 투입해 변호사비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된 65건(중앙회 43건, 재단 22건)에 대해서는 이달 중 감사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농협중앙회장은 그동안 특별한 사유 없이 숙박비 상한인 250달러(약 36만 원)를 초과하는 등 부적정하게 자금 및 경비를 집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강 회장은 5차례 해외출장에서 1박당 50만~186만 원을 초과 집행했다.
임직원에 대한 온정적·형식적 징계가 만연했고 내부통제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조합을 감사하는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처분 조치에 소극적이었고 성희롱, 업무상 배임 등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에 가벼운 징계를 부과하기도 했다. 조합감사위원회 인사는 농협중앙회의 검토를 받는 등 독립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임직원 금품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 38건(중앙회 37건, 재단 1건)에 대해서는 추가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임원들에게 과도한 혜택이 집중된 부분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농협중앙회는 신임이사에게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태블릿PC를 지급하고 퇴임 시에는 전별금, 순금 등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었다.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23억4600만 원을 들여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22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주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봉과 퇴직금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외부 전문가로 특별감사에 참여한 하승수 변호사는 “현재 농협 선거는 돈을 불법적으로 써도 ‘공소시효 6개월만 지나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금권선거를 근절하지 않으면 농협개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과 지준섭 부회장은 대면 문답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조합 외부회계감사 주기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의결됐는데, 이에 더해 농협중앙회와 회원 조합의 인사 및 운영 투명성을 확대하고 정부의 관리·감독권을 강화하는 추가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추가 감사는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합동감사체계 구축을 검토하는 등 더욱 강도 높게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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