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90% 넘으면 가입 어려워
일부 월세 전환 등 2030 부담 커져
“상황따라 전세가율 탄력적용 필요”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 2024.8.8/뉴스1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 오피스텔 전용면적 20㎡를 전세 보증금 2억2000만 원에 계약한 김모 씨(25)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반환보증) 가입을 포기했다. 가입하려면 전세보증금이 오피스텔 공시가격의 126% 이내여야 하는데, 이 조건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낮추는 것도 어렵다고 해 전세반환보증 대신 우선변제권이 생기는 전세권 설정등기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등기 시 별도 비용을 내야 하지만 전세사기 걱정 때문에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빌라 기피 현상과 공급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젊은층이 선호하는 오피스텔 전세가격이 치솟고 있다. 특히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큰 폭으로 뛰면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오피스텔이 늘어나 월세를 추가로 내는 등 20, 30대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85.83%였다.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전용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의 전세가율은 88.25%로 90%에 육박한다. 평균 전세가격은 2억2128만 원으로 같은 표본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4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전세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전세가율이 9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빌라나 오피스텔은 매매가격을 공시가격의 140%로 가정하는데 이를 반영하면 공시가격의 126%라는 기준이 나온다.
문제는 매년 4월 확정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그해 1월 1일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이다. 2022년 이후 오피스텔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 공시가격은 지난해 1월 1일 시세를 기준으로 고정돼 있는 반면 전세가격은 실시간으로 오르면서 ‘126% 룰’에서 벗어난 오피스텔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오피스텔 전용 24㎡에 거주하는 최모 씨(28)는 지난해 9월 재계약을 하면서 전세 보증금이 공시가 126%를 넘었다. 가입한 전세반환보증을 유지하기 위해 보증금을 공시가 126%에 맞춰 400만 원을 낮추는 대신 월세 5만 원을 내기로 했다. 최 씨는 “지금은 5만 원 정도지만 앞으로 부담이 계속 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양천구 원룸 밀집 구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든 데다 전세반환보증 가입 요건에 맞는 매물은 더 찾기가 어렵다”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전세금을 낮춰 보증 가입 요건을 맞추는 대신에 월세를 올려 받는 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국토교통부는 전세반환보증 요건인 전세가율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보증 가입 기준이 더 강화되면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져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유형, 지역별로 보증 가입 기준을 다르게 하는 등 시장 상황을 세부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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