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 보강 기술혁신, 친환경 건설의 새 지평 열어

  • 동아일보

㈜인성이앤씨
ASG 특허공법으로 내구-환경성 구현
KRC 신기술 지정 통해 공신력 확보
EIS 무시멘트 공법 개발해 혁신 주도

친환경 ASG 특허 공법 적용 현장. ㈜인성이앤씨 제공
친환경 ASG 특허 공법 적용 현장. ㈜인성이앤씨 제공
국내 건설산업은 친환경과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지반 보강 분야는 도심 재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기존 공법의 환경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내구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한 혁신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하수 오염과 토양 용탈(토양 성분이 물에 녹아 아래로 흘러내리는 현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시공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그라우팅(지반의 갈라진 틈을 메우는 일) 공법이 건설 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본격화되고 노후 SOC 시설 개보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기 내구성을 보장하는 공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2년 현장 경험이 빚어낸 친환경 특허 기술

경기 안성에 위치한 직영 공장은 주기장과 R&D 연구소, 실습실, 직원 기숙사를 갖추고 있다.
경기 안성에 위치한 직영 공장은 주기장과 R&D 연구소, 실습실, 직원 기숙사를 갖추고 있다.
㈜인성이앤씨가 개발한 ASG(액티브드 실리케이트 그라우팅) 공법이 건설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003년 설립 이후 22년간 차수 그라우팅과 지반 보강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가 특허 기술로 결실을 맺었다.

창업주인 김성중 회장이 내세운 ‘인간과 환경을 존중하는 기술’이라는 철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절실함에서 출발한 기술 개발의 결과물이 바로 ASG 공법이다.

건축, 토목, SOC 현장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력을 입증해온 인성이앤씨는 댐과 저수지, 지하철 같은 국가 기간 시설은 물론 재개발·재건축 현장까지 폭넓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DL건설 등과 손잡고 신안산선 복선전철, 월곶판교선, 의왕스마트시티, 인천검단지구 등 굵직한 현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항상 인간과 환경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장인정신으로 시공하며 적극적인 생각과 열정으로 크고 바른 기업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김 회장의 말처럼 이런 경영 철학이 2020년 1월 ‘활성 실리케이트 약액을 이용한 그라우팅 시공방법’이라는 특허로 공식화됐다.

김 회장은 ‘신뢰 경영, 고객 만족 경영, 혁신과 도전, 인재 제일 경영’을 사훈으로 삼고 우수한 시공 능력과 최고의 품질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자는 마음과 노력으로 회사 전체가 똘똘 뭉쳐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도전으로 성장해왔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64%의 성장을 기록한 배경에는 이런 신뢰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용탈 현상 극복한 혁신적 친환경 공법

‘2025 대한민국 산업대상’ 품질혁신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한 김성중 회장(오른쪽).
‘2025 대한민국 산업대상’ 품질혁신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한 김성중 회장(오른쪽).
기존 물유리계 그라우팅 공법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규산나트륨과 시멘트를 주입한 뒤 시간이 지나면 물에 녹아 흘러나오는 용탈 현상이 발생한다. 미반응 물질과 알칼리 성분이 지하수로 스며들면서 토양을 오염시키고 정작 보강돼야 할 지반은 다시 약해진다. 세립질 지층에서는 제대로 스며들지도 못하고 물이 많은 자갈층에서는 주입재가 쓸려 내려간다. 재시공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ASG 공법은 발상을 바꿨다. 황산 대신 탄산 성분을 물유리와 섞어 활성실리케이트 약액을 만든다. 졸 상태의 이 약액은 지하수에도 잘 녹지 않아 용탈량이 기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강도는 70% 이상 높아지고 차수 성능은 10배 이상 개선됐다. 국토교통부 설계기준을 가뿐히 넘긴다.

“ASG 공법은 기존 물유리계 그라우팅 공법의 용탈 현상 및 그에 따른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실리카졸 계통의 혁신적 주입 공법입니다.” 김 회장은 이 공법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물유리에 탄산 성분을 반응시켜 중합성체의 활성 실리카졸을 생성함으로써 개량체의 용탈 현상을 방지하고 내구성을 증가시키며 알칼리 용탈에 의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친환경 공법입니다.”

6개월만 지나면 성능이 반 토막 나던 기존 공법과 달리 ASG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강도가 올라간다. 중금속 검사에서 수은과 6가크롬은 아예 검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항목도 토양오염 1지역 기준치를 한참 밑돌았다. 어독성 시험 결과에서도 송사리 같은 수서생물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아 수질오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급결·완결 이중관 롯드 복합 주입 방식으로 토질에 맞춰 겔 타임 조절이 용이하며 초기 점성이 작아 미세한 틈까지 침투 주입이 원활하다. 기존 장비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추가 투자도 필요 없다. 해수와 같은 염분의 영향도 받지 않아 하천이나 바닷가 같은 까다로운 현장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하천 및 바닷가 인근 공사 시 차수 공법 선정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 이유는 용탈 현상 발생 시 지하수 유입으로 터파기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고 차수 공사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시공 품질 확보가 필수적인 재개발·재건축 공사 현장, 지하철, 저수지, 댐 등 토목공사 현장에서 ASG 공법은 최적의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EIS 무시멘트 공법 개발, 탄소저감 실현

인성이앤씨는 ASG 공법에 이어 최근 EIS(에코프렌들리 인오가닉 솔루션) 공법을 개발하며 친환경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규산, 무시멘트 무기질계 그라우트재 및 이를 이용하는 친환경 그라우팅 공법’이다.

EIS 공법은 기존 제품보다 친환경성이 뛰어나며 이산화탄소 저감을 실현한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도 내구성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건설업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EIS 공법은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친환경적이면서 내구성을 최고로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EIS 공법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무시멘트 공법으로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성능은 오히려 높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KRC 신기술 지정… 공신력 확보로 시장 확대

인성이앤씨의 기술력은 공신력 있는 인증으로 입증됐다.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KRC 신기술 지정증서(발급번호 2025-47호)’를 획득해 ‘활성 실리케이트 약액을 이용한 그라우팅 시공방법’이 공식 인정받았다. 2025년 10월 20일부터 2030년 10월 19일까지 5년간 유효한 이 인증은 한국농어촌공사 건설공사 신기술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거쳐 부여되는 만큼 기술의 우수성과 현장 적용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KRC 신기술 지정은 단순한 기술 인증을 넘어 공공 인프라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하는 건설공사에서 우선 적용될 수 있는 자격을 얻어 공공기관의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기술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

한국지하안전협회, 한국토질 및 기초기술사회로부터도 기술 인증을 받아 학계와 업계 모두에서 검증받았다. 이처럼 다각적인 인증 획득은 ASG 공법의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과 환경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아 올해 4월에 열린 ‘2025 대한민국 산업대상’ 품질혁신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향후에도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친환경이면서 경제적이고도 효율적인 시공기술을 개발해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차수 그라우팅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회장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여러 인증이 쌓이면서 고객 신뢰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건설사들도 ASG 공법을 먼저 찾기 시작했다. 남양주 평내2구역, 안양2동 삼영아파트, 주안1구역, 수색7구역, 간석초교 주변 다복마을구역, 길동 신동아, 봉래1지구, 부평4구역, 천호1구역, 광명 10R구역, 이문3구역, 중랑구 중화1구역, 김포 풍무2지구, 인천 미추홀 학익4구역, 방배6구역 등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

직영 시스템과 인프라 확충, 미래 성장 발판 마련

인성이앤씨는 하도급과 재하청이 난립하는 업계 구조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했다. 4개 직영팀을 운영하고 주입 플랜트 5조, 천공기 7대를 직접 보유해 대규모 공사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직영 시스템은 시공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안전사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공사 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차수 보링·그라우팅 업체는 주로 하도급, 재하청으로 이뤄지고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인성이앤씨는 자체 직영팀과 장비를 보유해 대규모 공사 등을 시공한다. 타 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탁월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차수 그라우팅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안성에 주기장과 R&D 연구소, 실습실, 직원 기숙사를 갖춘 직영 공장을 준공하며 인프라를 대폭 강화했다. R&D 연구소에서는 ASG 공법의 성능 개선과 EIS 같은 신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실습실에서는 신입 기술 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숙련도를 높여 시공 품질을 향상시킨다. 장비 유지보수와 자재 관리를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주기장은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이는 핵심 인프라다.

최근에는 강관·다단 방식 터널 보강, 어스앵커(흙막이 벽), 소일네일 등 사면 보강, 굴진 공사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세미실드 공법’ 사업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도심 상하수도·전기·통신·가스관 등 지하 관로 공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전략이다. 강재 원통형 굴착기계로 터널을 형성하는 비개착 공법으로 소음과 지반 침하를 최소화해 도심 인프라 건설에 적합하다. 장거리 추진이 가능하고 지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교통 흐름이나 지상에 방해가 되지 않아 정밀한 조작으로 안전한 공사가 가능하다.

한편 인성이앤씨는 최근 기업 CI를 전면 교체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22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지반 보강 선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새로운 CI는 혁신과 지속가능성, 고객 중심 가치를 상징하며 친환경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김 회장은 사업 성공 이후에도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부안군 고향사랑기부금과 금천미래장학회에 각각 기부금을 기탁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선한 마음이 선한 삶을 만들고 선순환의 사회를 만든다’는 그의 철학이 기부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 환경이 취약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 사업과 지역 복지 증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김성중 ㈜인성이앤씨 회장 인터뷰
“기술은 환경과 사람, 모두를 지켜야 합니다”

“처음에는 사훈도 없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일하면 되는 줄 알았죠.” 김성중 ㈜인성이앤씨 회장은 창업 초기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종사자들이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정한 사훈이 ‘합리적 사고와 신뢰 경영’이었습니다.”

평소 합리적 사고를 중시해온 그에게 이런 사훈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감정이나 관습이 아니라 데이터와 논리로 판단하는 문화가 기술혁신의 출발점이었습니다.”

ASG 공법 개발 배경을 묻자 그는 현장 이야기를 꺼냈다. “20년 넘게 건설 현장을 다니면서 기존 공법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용탈 현상으로 재시공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고 지하수 오염 문제도 심각했죠.” 그는 “황산 대신 탄산 성분을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게 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작업자 안전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황산을 다루는 현장에서 사고 위험이 늘 있었거든요. 탄산으로 바꾸면서 작업 환경이 훨씬 안전해졌습니다.” 환경만이 아니라 사람도 지키는 기술이 됐다는 점에 그는 자부심을 보였다.

창업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던 건 가족과 직원들의 믿음 덕분입니다. 초기부터 함께한 직원들이 지금도 회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 건설 경기 위축에 대해서는 “SOC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이라며 “건축 리모델링 시장도 커지고 있어 내년부터는 ASG 공법 적용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특히 R&D 기술연구소에 대한 기대가 크다. “R&D 연구소에서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실습실에서 젊은 기술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것”이라며 “기술자를 제대로 대우하는 게 장기적으로 회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향에서 배운 가르침을 꺼냈다. “부모님께서 ‘심은 대로 거둔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지반 보강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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