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 한달새 90% 급감속
강남 3구-용산-성동 상승폭 커져
9억이하 도봉-강서 집값도 오름세
“매물 유도하는 정책 필요” 지적
555채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우성4차아파트. 이달 12일 전용면적 115㎡ 매물이 직전 최고가(25억 원)보다 2억8000만 원 높은 27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단지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은 원래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수요가 묶였는데 이번에 서울 전역에 같은 규제가 적용되면서 조건이 같아졌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재건축 진행 기대감도 반영돼 현금 있는 매수자가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4주 만에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도입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 역시 줄어들며 소수의 상승 거래가 통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4주 만에 다시 오름폭 커진 서울 아파트값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0.17%)보다 0.2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둘째 주(13일 기준) 0.54%를 정점으로 상승 폭이 줄다가 4주 만에 커졌다. 부동산원 측은 “매수 문의가 줄고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재건축 추진 단지 및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체결돼 서울 아파트값이 전체적으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특히 10·15 대책 전부터 규제지역이었던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모두 상승 폭이 커졌다. 송파구는 전주(0.47%)보다 0.53% 오르며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어 용산(0.38%), 강남(0.24%), 서초구(0.23%) 순이었다.
성동구(0.37%→0.43%)도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상승 폭이 커졌다. 행당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는 “인근 전용 59㎡가 최근 15억8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전보다 1억 원 넘게 오른 것”이라며 “상승세가 좀 주춤하긴 했지만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오른 호가에 거래가 종종 된다”고 전했다.
● “거래 급감했지만 매물도 줄어들어”
노원구가 전주(0.01%)보다 0.06% 오르는 등 9억 원 이하 주택이 많은 도봉(0.05%), 강서구(0.18%) 등도 오름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14일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0단지 전용 58㎡는 6억1500만 원에 거래됐다. 9월 말 거래(5억5800만 원)보다 약 6000만 원 오른 가격이다.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 전용 34㎡는 6일 6억1000만 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달 초 5억 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것보다 5000만 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03건으로, 10월 8194건에 비해 90% 이상 줄어들었다. 아직 11월이 끝나지 않았고, 토지거래허가와 거래 신고 등에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 역시 줄어들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1790건으로 한 달 전(7만1656건)에 비해 13.8% 감소했다. 전세를 낀 매물은 토지거래 허가를 받을 수 없고, 대출도 어렵다 보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한 영향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 계획을 공개하더라도 실제로 입주하는 데까지는 5∼6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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