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허브 외치면 뭐하나…2030 이공계 10명중 7명 “해외이직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3일 14시 21분


한은, 석박사급 2694명 대상 설문조사
20대 72%, 30대 61% “3년내 이직 고려”
연봉 이유 커…10년차 급여, 미국이 3배

서울 도봉구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 전시된 수술로봇. 뉴스1
서울 도봉구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 전시된 수술로봇. 뉴스1
한국 석·박사급 이공계 인력 10명 중 4명이 해외 이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이공계 인력으로 범위를 좁히면 해외 이직 희망 비중은 10명 중 7명으로 올라갔다. 10년차 기준 해외 연봉의 4분의 1 수준 처우와 연구 환경에 대한 불만이 이공계 인재 유출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의 토대가 되는 정보기술(IT) 전문 인력 뿐 아니라 향후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한국이 세계적 전문성을 갖춘 조선 분야에서 특히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비중이 높았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 결정 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이공계 인력일 수록 해외 유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함께 올해 6월 25~7월 25일 동안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서 일하는 국내 체류 연구자 1916명, 해외체류 연구자 778명 등 총 26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국내 체류 인력 등 총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인력 중 5.9%는 구체적 외국 이직 계획을 수립했거나 현재 인터뷰 등을 진행 중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72.4%, 30대가 61.1%로 높은 해외 이직 희망을 표했다. 이미 이직 준비를 시작한 인력 비율은 20대가 10.3%, 30대가 10.4%로 4050 세대보다 높았다.

분야별로는 바이오·제약·의료기기(48.7%), IT·소프트웨어·통신(44.9%) 분야에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이 세계적인 전문성을 인정 받고 있는 조선·플랜트·에너지에서도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이 43.5%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이공계 인력의 해외 진출 규모는 실제로 증가 추세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에는 1만8000명으로 두 배 늘었다. 특히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이공계 주요 5개 대학 출신 인력이 순유출의 4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인력들이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큰 이유를 꼽는 복수응답에서 66.7%가 금전적 이유를 꼽았다. 이들의 초봉은 한국이 5800만 원, 미국 등 해외가 1억1400만 원으로 약 두 배 차이였다가 10년차가 지나면 격차는 더욱 커졌다. 10년차에는 한국이 8500만 원, 미국이 2억3900만 원으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이어 연구 생태계·네트워크(61.1%)와 기회 보장(48.8%)·자녀 교육(33.4%)·정주 여건(26.1%)이 그 뒤를 이었다. 또 해외 이직 요인의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고용안정·승진 기회 만족도가 ‘보통’에서 ‘만족’으로 개선(5점 척도 기준 1단위 상승)되면 해외 이직 확률은 각각의 분야에서 4.0%포인트, 5.4%포인트, 3.6%포인트 낮아지기도 했다.

최준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성과에 기반하고 유연한 임금·보상 체계로 바꿔야 한다”며 “정부도 인적자본 투자에 세제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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