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핵잠수함 보유 필요성 공감…협의키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9일 19시 29분


韓美정상회담 뒤 위성락 실장 발표
“트럼프, 동맹서 韓 적극적 역할 평가
李 ‘아태지역 美 안보부담 경감’ 설명”
트럼프, 李대통령 백악관 다시 초청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용 연료 공급을 허용해 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공감한다”며 후속 협의를 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공개적으로 요청한 사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보유,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곳뿐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7시경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평가하고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데 공감하면서 후속 협의를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브리핑 약 3시간여 전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핵무기 잠수함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 중국 잠수함들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그래서 가능하다면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는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우리 한반도 동해와 서해의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외에 전에 말씀하셨던, 이미 지지해 주신 것으로 이해합니다만, 핵연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 실질적 협력이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주시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는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두 정상의 회담에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위 안보실장은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 역내 안보 환경 대응을 위해 국방비 증액과 함께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를 협의했다”며 “자주국방 역량을 재고하고 미국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설명했다”고 했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의 아태 지역 안보 부담을 상당 부분 나눌수 있다는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취지다.

위 안보실장은 “두 정상은 87분간 진행된 오찬 정상회담에서 경제 상황, 동맹 현대화, 한반도 평화, 지역 정세, 한미간 조선 제조업 협력 등을 논의했다”며 “동맹 현대화에 대한 미국 측의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확인한 것이 핵심적인 성과”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비공개 회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언급됐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원하면 언제든 한반도 평화 안정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방한에 만날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의지를 가진 만큼 북미간 계속해서 정상간 만남 기회를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위 실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두 정상은 8월 정상회담의 ‘피스 메이커’와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 분담을 이어가기로 했다”고도 했다. 8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 역할을 하면,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두 정상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와 관련, 양국 NSC(국가안보회의) 간에 조선 협력 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다시 백악관에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고, 이 대통령도 사의를 표하며 상호 편리한 시기를 찾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회담 내내 두 정상 간 개인적 유대를 확인했다”며 “대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무때나 연락하라고 친근함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경주국립방물관 방명록에 ‘아, 위대한 정상회담의 아름다운 시작’이라는 문구를 남겼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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