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에도 은행임원 성과급 펑펑… 1인당 3억 넘기도

  • 동아일보

4대 은행, 작년 74건에 1972억 사고
최근 9년간 단 한건도 제재 안 받아
금감원 “수령한 성과급 환수 검토”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5.08.21. 뉴시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5.08.21. 뉴시스
시중은행 금융사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임원들의 성과급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사고를 낸 금융사 임원이 이미 수령한 성과급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임원 성과급은 142억 원으로 2023년(91억 원) 대비 56.0% 늘었다. 1인당 평균 수령액은 3억1521만 원 정도인데, 국민은행 임원 1인당 성과급이 3억 원을 뛰어넘은 건 최근 5년 사이 처음이다. 하나은행의 작년 임원 성과급도 89억 원으로 2023년(48억 원)보다 85.4% 증가했다.

문제는 금융사고가 계속해서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올 1∼8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74건, 사고 금액은 19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62건·1368억 원)보다 각각 19.4%, 44.2%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2016년부터 올 8월까지 4대 시중은행 임원 중 금융사고 관련 제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서 사고 발생 시 책임자의 보수를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의 법제화를 검토 중이다. 금융사 경영진들이 실적에 상응하는 성과급만 챙기고 정작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현행법에서는 단기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막기 위해 임원 성과급의 40% 이상을 최소 3년간 나눠서(이연)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내부 규정에 관련 세부 내용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로 성과급 조정이 환수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실제로 금융권의 지난해 성과보수 환수액은 9000만 원으로, 지급된 성과급 총액(1조 원)의 0.01%에 불과했다.

앞서 2023년에도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며 클로백 제도의 명문화를 검토했다가 법적 분쟁 소지 등을 감안해 최종안에선 제외했었다. 하지만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원장은 21일 국정감사에서 “성과급을 장기 이연하고, 평가 이후 (손실 등이 날 경우) 환원하는 시스템을 대폭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회사가 금융사고 관련 손실을 먼저 메운 이후에 담당 임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고#임원 성과급#클로백 제도#금융소비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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