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전주 대비 거래량 98% 급감
강서 1500채 아파트에 매물 11건… 갭투자 막히며 전세 낀 매물 ‘실종’
대출 한도 줄면서 매수 두손 들어… 규제 피한 곳 본보기집 2만명 몰려
1476채 규모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가양6단지 아파트. 26일 기준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은 전체 단지 규모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1채뿐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기존에 수십 채였던 매물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를 끼는 갭투자가 많은 단지인데 거래가 안 될 거라고 보고 매물이 다 들어갔고, 매물을 찾는 사람도 없다”며 “매매가 상대적으로 쉬운 실거주 집주인들도 당분간은 호가를 내리지 않고 집값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거래량이 98%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제한과 실거주 의무 강화 등 고강도 수요 억제책으로 매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규제를 피한 지역에서는 분양 아파트 본보기집을 둘러보려는 수요자들이 2만 명 이상 몰리는 등 ‘풍선효과’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 토허제 시행 후 거래량 급감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적용된 20일부터 이날까지 총 37건이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전 일주일(13∼19일)간 2208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8.3% 감소했다. 규제 시행 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쏠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본격 시행되자 매수 흐름이 끊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주택 매매 거래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까지 하면 돼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상가 부동산 매물 안내문이 텅 비어 있다. 해당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장은 “올해 들어서 연달아 발표된 부동산 규제로 매매가가 치솟아 매물이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온다”며 “기존에 올라왔던 매물도 호가가 올라가자 집주인들이 다 철회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시장에 풀렸던 매물도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역 아파트 매물은 토허제 적용 전인 19일에 7만1656채였지만, 이날은 6만5667채로 8.4%가 감소했다. 갭투자 거래가 막히면서 전세 낀 매물이 회수됐고, 대출 한도가 낮아지면서 이사를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구별로는 성동구(―18.3%)에서 가장 많은 매물이 감소했고, 이어 강동(―18.1%), 마포(―15.2%), 강서(―15.1%), 성북(―14.9%), 동대문구(―14.5%) 등의 순이었다. 이른바 ‘한강벨트’를 비롯해 새롭게 규제를 적용받은 강북권까지 영향을 받았다. 반면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이었던 강남(―1.9%), 용산(―0.5%), 서초구(―0.3%)는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요를 강하게 눌렀기 때문에 당분간 거래절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 따라 집값도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관망세를 보이겠지만 대책 이후 다시 가격이 오른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보니 정부의 후속 대책과 시장 환경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수도권 비(非)규제지역 분양시장 관심
일부 비규제지역에서는 분양시장에 관심이 몰리면서 풍선효과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24일 개관한 경기 김포시 ‘김포 풍무역 푸르지오 더마크’ 본보기집에 이날까지 방문객 2만5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분양가(3.3㎡당 2071만 원)가 주변 시세보다 낮다. 인근 풍무역세권 개발 사업지의 ‘풍무역 호반써밋 B블록’ 본보기집에도 인파가 몰렸다. 10·15 대책 직후인 16일 문을 연 본보기집에는 19일까지 약 2만5000명이 다녀갔다.
이들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제외돼 대출·청약 등에서 강화된 조건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규제지역의 경우 16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 단지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축소되며 중도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태다. 통상 분양대금을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나눠서 납부하는데, 중도금 대출이 집값의 40%로 줄면서 나머지는 자기 자본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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