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달러 시세가 1달러 당 1430원을 넘겨 거래되고 있다. 2025.10.10. [서울=뉴시스]
코스피의 질주에도 한미 관세협상 장기화와 엔화 약세가 겹쳐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1420원 대로 치솟았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순매수 하면 환율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지만 연휴기간 동안 누적된 원화 약세 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 대비 21원이나 오른 142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4월 30일(1421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3원 오른 1423원으로 시작해 장중 1424.5원까지 뛰었다. 이후 하락해 1420원선에서 횡보했다. 한미 관세 협정 관련해서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19일 1390원대로 오른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겼고, 이날 1420원까지 상승했다.
한미 관세협상 난항 와중에 약세를 보이던 달러 가치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정부가 8일째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중인 상황에서 일본의 엔화 가치 절하가 이뤄지며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엔,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9일(현지시간) 0.56% 상승한 99.4로 올랐다.
엔화 약세는 일본 차기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돈 풀기’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 기조를 계승할 것이란 인식이 퍼진 영향이다. 아베노믹스 당시 일본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문제였다면, 현재는 물가상승률이 3%에 육박해 같은 정책을 펴기 힘들 것으로 분석되지만 시장은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원화는 엔, 위안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통화와 함께 묶여 ‘바스켓(꾸러미)’을 구성하기 때문에 엔화 흐름과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권도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신한금융은 10일 환율 변동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자회사별 모니터링에 나섰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국내 정세 급변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 및 부문별 리스크 관리 차원의 비상 대응위원회를 은행장 주관으로 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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