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항생제로 못 고친 고질 피부병…집밥 6개월로 고통 탈출” [톡톡 반려동물]

  • 동아일보

수백만 원 치료비보다 냉장고 속 식재료에 답
30여 년 임상 박 원장 “자연식으로 70~80% 호전”
생명윤리 박사로서 1시간 꼼꼼히 환경 파악-진료
“집에서 고치는 셈…돈보다 생명 소중하니 하는 것”

박종무  평생피부과동물병원장은 “첨가제가 든 사료를 끊고 반려견에 맞는 자연식만 시작해도 고질적인 피부병은 크게 개선된다”고 했다. 박종무원장 제공
박종무 평생피부과동물병원장은 “첨가제가 든 사료를 끊고 반려견에 맞는 자연식만 시작해도 고질적인 피부병은 크게 개선된다”고 했다. 박종무원장 제공
추석 연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때다. 요즘은 반려견을 가족처럼 키우는 집이 많다. 보호자들은 반려견의 건강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반려견 중에는 귓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에는 없던 귓병이나 발바닥 습진 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 중에는 피부에 고름이 생기는 농피증을 앓기도 한다. 보호자로서 고민은 반려견의 피부병이 자꾸 재발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가려워서 고통스러워하는 반려견을 지켜보는 것은 더 힘들다. 이런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며 근본적인 치료법을 고민해서 임상에 적용하는 서울 성동구 평생피부과동물병원의 박종무 원장(58·수의사·생명윤리학 박사)을 만났다. 집 근처 병원에서 항생제 처방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보호자들이 수소문해서 찾아온다는 곳이다. 먼 지방에서도 온다.

30년간 반려동물 피부병과 싸워온 박 원장은 “강아지 피부병의 90%는 사료가 원인이라고 강하게 의심한다. 방부제와 첨가물로 가득한 사료를 끊고 보호자가 직접 만든 자연식으로 바꾸는 순간, 기적이 시작된다”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치료법은 기존 동물병원과 다르다. 항생제도, 스테로이드도, 값비싼 처방 사료도 없다. 기존의 치료 방식은 그 목적 자체가 증상만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약을 끊으면 쉽게 재발한다. 그는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책읽는고양이)’의 저자다. 그의 결론은 ‘건강한 먹거리로 자연치유력을 높여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다’라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기존 치료의 악순환

박 원장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외이도 적출 수술’을 권유받고 찾아오는 반려견들이다. 그는 “요즘 귀병 때문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외이도 적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제서야 저희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최근 평생피부과동물병원을 찾은 반려견 ‘달심이’는 5개월간 레이저 시술과 건강한 먹거리로 완전히 막혔던 귀가 열리며 회복했다. 그는 “처음에는 농성 염증물이 가득 차 있어서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5개월 후에는 염증물도 거의 생기지 않고 부종이 빠지면서 귀 안쪽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박 원장은 귓병이 생기는 것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염증 반응의 결과라 보고 알레르기 검사나 모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그걸 회피할 수 있는 먹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문제는 사료다” 먹거리 혁명의 시작

박 원장이 진단하는 반려견 피부병의 근본 원인은 사료다. 그는 “사료에 포함된 방부제와 사료 첨가제 등 화학물질이 가장 첫 번째 문제”라며 “사료를 끊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면 증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힘줘 말한다. 물론 반려견마다 증상이나 생물학적 구조,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꼼꼼히 살피느라 첫 진료에는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실제로 말티즈 ‘루이’의 사례는 이러한 접근법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살부터 농피증으로 5년간 여러 동물병원을 전전하며 항생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약이 듣지 않는 상태였다. 피부에 온통 발진이 있고 고름이 나며 피부가 한 겹씩 얇게 벗겨지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박 원장의 상담 후 사료를 완전히 끊고 보호자가 직접 만든 자연식으로 전환했다. 6개월 후 루이는 발진이 거의 사라졌고 일상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다. 보호자는 고마운 마음에, 상담 결과로 자신이 해 먹인 자연식과 치료 경과를 적은 파일을 박 원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다른 보호자의 고통도 덜어 주는 데 도움을 주고자 박 원장이 유튜브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꼼꼼히 작성해 준 것이다.

●자가면역질환 반려견 치료

경기 고양시에서 온 ‘옹심이’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피부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엉덩이와 다리의 털이 모두 빠진 채 내원했다. 기존 치료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였으며 약을 끊으면 곧바로 재발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박 원장은 자가면역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적·식이적 요인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사료와 간식을 모두 자연식으로 바꿨다. 면역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테라피 처방 등을 병행했다.

상담 후 3~4주 후에 피부의 구멍이 아물기 시작했고, 3개월 뒤에는 빠졌던 털이 다시 자라났다. 특히 모근이 손상됐던 부위에서도 기존과 다른 색이었지만 털이 새로 돋아나 보호자를 놀라게 했다. 옹심이 보호자는 ‘수년간 반복된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털이 다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가족 모두가 울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연식 실천을 돕는 도구

박 원장이 반려견의 상태를 살펴서 자연식을 권하면 보호자들은 ‘영양 균형’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런 보호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박 원장은 반려동물 식단 자가제조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지오하임)’를 추천한다. 박 원장도 상담 과정에서 반려견 특성에 맞춘 자연식 제조 방식 등을 추천해 준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도 추천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좀 더 수월하게 자연식을 만들 수 있어 권하는 것이다. 아이오 플레이트는 냉장고 속 식재료를 입력하면, 반려견의 종과 나이, 체중, 질환 유무에 맞춰 영양 균형이 맞는 자연식 레시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먹이면 안 되는 재료는 자동으로 걸러주고, 부족한 영양소와 보충제까지 안내한다.

박 원장은 증상이 심한 반려견의 피부 관리에는 아로마 유황소금 입욕, 어린쑥 입욕 등 자연 치유법을 병행한다. 루이의 경우도 편백나무 욕조에서 아로마 유황소금 입욕을 하다가 어린쑥 입욕을 자주 하면서 피부가 눈에 띄게 진정됐다.

●“생명은 관계다” 공생의 철학

생명윤리학을 전공한 그는 현대 수의학의 한계에 대해 “증상만 억제하거나 부차적인 원인만 고치는 협소한 시야를 가지고 있다. 근본 원인은 먹거리와 환경에 있는데, 이를 바꾸지 않고서는 진정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하는 치료 방식은 동물병원 경영상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때가 많다. 1시간 이상씩의 시간을 들여서 상담과 치료를 하지만 그렇게 들인 노력과 시간만큼 많은 돈을 청구하지는 못하는 구조다. 또 첫 진료 이후에는 보호자가 집에서 자연식 등으로 자연치유력을 회복하도록 반려견을 돕는 방식이기에 병원에는 자주 오지도 않는다. 그는 “제가 하는 방식은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윤리적 책임,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진정한 건강을 위해 이 길을 고집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소유’가 아닌 ‘공생’으로 본다. 그는 “동물은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를 넘어, 인간이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통로다. 반려동물을 통해 인간은 자신과 환경, 그리고 생명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된다”고 했다.

그는 보호자들에게 전달할 메시지에 대해 “반려견이 자꾸 발을 핥거나 귀를 긁는다면 소홀히 여기지 말고 보호자들이 고민을 좀 더 해야 한다. 그 작은 행동 하나에 문제가 숨어 있다.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건강한 자연식을 실천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치료의 시작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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